"옷 로비" 의혹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강인덕 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씨를 불구속입건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김태정 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씨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이형자
(최순형 신동아그룹회장의 부인)씨도 불구속입건할 예정이지만 고소가
취하되면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지검 김규섭 3차장은 2일 이같은 내용의 "옷 로비"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최회장의 구명로비를 빌미로 12월중순께 이씨에게
2천4백여만원의 옷값대납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연정희씨는 호화의류를 구입하지 않았으며 옷값대납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연씨는 배씨가 옷값 대납을 요구한 사실 조차 몰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에 대해서는 배씨와의 공모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범의도 인정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옷 로비"의혹 사건이 시작과는 달리 용두사미로
흐지부지 됨에 따라 시민들의 불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직동팀의 조사와 관련자들간의 진술이 다른 데도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아 재수사 요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 풀리지 않는 의혹 = 서로 달랐던 주장들이 정리되지 않았고 날짜 등도
분명하지 않다.

억지로 짜맞추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선 배씨가 어떻게 로비를 시도하게 됐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배씨가 당시 연정희씨로부터 "외자유치를 못하면 어렵지 않겠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전해듣고 로비를 시도했다는 점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배씨는 이형자씨와 절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배씨의 "단독범행" 의도에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직장관 부인이 뭐가 아쉬워 이런 일을 저질렀는가 하는 점이다.

또 배씨가 "대신 내달라"는 옷값이 왜 2천4백만원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연씨를 포함해 고관부인들이 라스포사 앙드레김 등 의상실에 들러 산 옷값은
모두 5백여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배씨가 연씨에게 선물을 한 까닭도 석연치 않다.

연씨에게 배달된 호피무늬 반코트도 여전히 의문이다.

<> 수사결과에 대한 반응과 파장 = 검찰의 수사가 형평성을 잃은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미진하다며 김태정
법무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연정희씨의 밍크코트 입수과정에 대한 청와대 사직동팀수사와
검찰 수사내용이 엇갈리는 등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일정한 결론를 정해놓고 수사를 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이 사건을 배정숙씨의 "단독범행"으로 몰아가고있다"며
"특별검사를 임명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수사는 끝났지만 공직사회에는 또다른 측면에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대적인 공직자 사정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으로 고위공직자 부인들의 로비와 사치행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흐트러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고 도덕성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 김문권 기자 mkkim@ >

<"옷 로비" 의혹사건 일지>

<>98년12월16~18일 :배정숙씨, 앙드레김에서 연정희씨에게 30만원짜리
블라우스 선물. 연씨 라스포스사 등에서 옷 구입.
배씨, 이형자씨에게 대납요구.
<>12월28일 :본명 정일순씨, 연씨 차트렁크에 호피반코트를 넣어둠.
<>99년 1월4일 :연씨, 기도원에 가면서 코트를 가져감.
<>1월 5일 :연씨, 라스포사에 코트 반납.
<>1월 15일 :청와대 사직동팀, 옷 로비 의혹 내사.
<>2월 12일 :최순영 대한생명회장구속.
<>5월 24일 :고가 옷 로비 의혹 사건 표면화.
<>5월 26일 :청와대, 옷로비 의혹 관련 해명.
<>5월 28일 :배씨,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연씨 검찰출두.
<>5월 29일 :입원중인 배씨 검찰로 이송조사. 정씨도 소환조사.
<>5월 30~6월1일 :관련자 대질신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