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된 대한종합금융의 발행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은행들이 정부에
대해 원리금을 대신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부당한 일이다.

지난해초 예금보험공사가 퇴출 종금사들이 발행한 같은 유형의 채권에 대해
대지급해준 사례를 근거로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이같은 주장을 한 모양이나
다음과 같은 이유때문에 무리한 요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경우는 정부가 책임져야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종금사가 발행한 종금채는 처음부터 예금보호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난해초 퇴출 종금사들의 자산 및 부채를 가교종금사인 한아름
종금에 넘길때 외국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종금채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대지급해준 것은 대외신인도 상실이 우려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부가 행정
명령으로 예외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외국계 금융기관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형평성 시비를 걸며 이번에도 똑같은
예외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정부로서는 이미 대외신인도가 상당히 회복된 마당에 또한번의
예외조치를 취해야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외환위기 극복 및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 내린 행정명령의 타당성
여부는 고도의 정책적인 판단과 직결된 미묘한 문제로서 단순히 형평성만을
따질 일이 아니다.

당시에도 계약당사자간의 문제인 금융거래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는
것은 문제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특히 예금자보호법의 취지가 소액예금자 보호를 통한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으로 예금보호를 해주다 보니 부실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컸다.

이때문에 금융당국도 지난해 5월말 예금보호범위를 축소하는 쪽으로 예금자
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한 마당에 외국은행들이 자신들의 책임은 망각한채
우리정부에 대지급을 요구해온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말 1차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됐고 국가신인도가 크게
회복된 지금에 와서 이런 문제가 불거진 데에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없지
않다.

지난해초 부실종금사들을 퇴출시킬때 몇몇 종금사들이 조건부로 구제돼
공정성 시비가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 대지급 시비를 일으킨 대한종금도
그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시비가 자꾸 생기면 우리경제의 빠른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채권 정리에 필요한 자금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매우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국민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번 대지급 요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