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와 멕시코에서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화를 공식통화로
채택하려는 "달러화(Dollarization)"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미주지역 전체가 달러 통화권으로 재편될지 여부에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지난 1월 달러화 도입을 공식 발표,
달러통합 논의에 불을 지폈다.

메넴 대통령은 최근에도 페소화가 외환투기꾼의 공격으로 불안한 움직임으로
보이자 즉각 내각에 자국통화를 달러화로 바꾸도록 독려하고 나섰다.

멕시코에서도 달러화도입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특히 멕시코의 학계와 경제계에서는 미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감안할때
달러통합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 엘살바도르 우루과이 볼리비아 등 남미국가들도 달러통합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미국가들이 자국의 통화를 포기하고 굳이 미국의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쓰려는 것은 환란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최근 무역적자 급증, 산업생산성 둔화 등으로
"1달러=1페소"로 고정된 페소화 페그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아
곤욕을 치렀다.

달러를 법정통화로 사용하면 더이상 통화가치불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통화가치 안정으로 고질적인 인플레를 잡을 수 있게 되고 20%을
웃도는 금리도 떨어뜨릴 수 있다.

통화안정은 국가신인도를 제고시켜 외국인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등 경제회복
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달러통합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달러통합은 곧 남미 각국이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FRB) 의장은 "달러통합을 추진하는 중남미국가들은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경고할 정도다.

또 달러통합이후 달러가 급속히 유출될 경우 통화량의 급격한 감소로
경기위축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커진다.

이같은 이유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도 달러통합에 신중을 기하오록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상당수 남미국가들이 달러통합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기예르모 오르티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과의 경제관계를 감안할때
조만간 달러통합이 실현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장관은 최근 "아르헨티나가 달러통합에 성공하면
곧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미국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게다가 남미의 달러통합 움직임은 유로랜드에 대항해 미주지역에 "달러랜드"
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의도와도 맞아떨어진다.

따라서 남미의 달러통합은 각국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