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파브"(PAVV)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국내 프로젝션 TV 시장에서 최고급 브랜드로 올라선 대표적 마케팅 성공사례
로 꼽힌다.
삼성이 신제품 파브를 개발한 것은 지난해 10월로 일본 소니제품이 국내
프로젝션 TV 시장을 장악하던 때였다.
삼성 브랜드는 프로젝션 TV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을 뿐더러 소비자들로부터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삼성으로선 프로젝션 TV 사업의 존폐여부가 문제되던 시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젝션 TV가 개발되자 마케팅 담당부서내에서는
삼성 제품임을 알려야 한다는 의견과 별도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오랜 논의끝에 제품에서 삼성 이름을 숨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단 하나.
프로젝션 TV 시장에서 외제 브랜드 선호 경향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새로 나온 프로젝션 TV 성능이 소니 제품과 견줘 손색이 없는데도 삼성
브랜드로 내놓으면 국내 소비자들은 소니제품을 먼저 찾을게 뻔했다.
삼성은 이런 상황을 브랜드를 달리함으로써 돌파하고자 한 것이다.
이같은 브랜드 차별화 전략은 적중했다.
소니를 제치고 대형TV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실제로 파브 도입전만 해도 삼성의 대형 고급TV 시장 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소니의 43%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파브 도입후 이 수치는 역전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삼성의 대형TV 판매는 급증, 시장점유율이 소니(33%)를
제치고 45%로 올라섰다.
올들어선 국내 대형TV 시장의 절반을 차지, 소니(28%)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파브는 오는 7월 일본산 전자제품의 전면 수입개방을 앞두고 국산 제품의
상징적 마케팅 성공사례로 꼽을 만하다.
이처럼 파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먼저 제품 자체가 우수하다는 점이다.
파브는 국산 프로젝션 TV론 처음 2중 주사 방식의 프로그레시브 주사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화질을 크게 개선했다.
또 PC와 연결해 모니터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인테리어 지향의
고감각 디자인을 채택했다.
모델 수도 40인치에서 61인치형까지 8개로 세분화해 가격대별로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확한 고객분석을 통한 과학적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백화점 대형상가 등 소니의 주력시장을 집중공략하는 한편 파브 전문점을
개설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우수대리점 2백개소에만 파브를 공급해 고급이미지를 강화했다.
파브를 살 수 있을 만한 잠재고객 3만5천여명을 골라 DM(다이렉트 메일)을
보내고 대도시 주요 백화점에서 판매촉진 이벤트를 열었다.
주요 골프장엔 홍보용 파브를 전시했으며 웨딩박람회에도 참가해 신혼부부층
의 구매를 유도했다.
애프터 서비스(AS)를 차별화한 것도 성공의 한 요소다.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AS요청 전화요금을 삼성이 내는 "해피콜" 제도를
도입했으며 서비스센터별로 파브 AS전문기사 1명을 배치하는 등 60여명의
전문서비스 기사도 확보했다.
삼성전자 국내판매사업부 허기열 상무는 "파브 TV는 일제 수입이 자유화돼도
국산제품이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기능을 더욱
향상시킨 2세대 파브를 하반기중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