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발이 저리면서 차갑고 가끔씩 어지럽습니다. 증상이 생긴지 몇년이
지났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증상이
심해졌습니다. 주위사람들은 혈액순환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혈액순환개선제를 대형약국에서 구입해 먹었는데 영 차도가 없어서
왔습니다"

손발저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개 이렇게 호소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혈액순환의 장애로 손발이
저려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만약 손발에 피가 통하지 않아 저릴 정도라면 손발은 벌써 괴사됐을
것이라고 정재면 교수는 설명한다.

특히 중년여성환자들은 대부분 저림증 이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두통을 앓고 있다고 호소하는데 이런 경우는 단순한 폐경기증후군이라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또 엄지 검지 중지손가락이 저린 것은 힘든 가사노동에 의한 수근관증후군일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은 혈액순환제를 광고하는 내용에 설득돼 "진짜같은 거짓
의학상식"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사지가 저려오면 신경과를 찾아와야 하는데도 대개는 번지수를 잘못 짚는다.

목이 뻣뻣하고 머리가 무겁고 불면증이 오면서 저리는 부위와 느낌이 모호
하다고 느끼면 이는 대체로 불안증 신경과민 건강염려증 등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또 과거의 골절 외상 등으로 저림증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는 팔다리를
움직이는 신경은 살아 있으나 피부에 있는 미세한 감각신경은 끊어진 상태
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