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독일의 준비된 박람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독일 쾰른대성당에서 라인강으로 내려가면 강변에 여객선들이 많이 정박해
있다.
선박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객을 실어나르는 배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이는 호텔이다.
쾰른에서 메세(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엔 이런 "십(ship) 호텔"들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최근 열린 국제가구건자재 박람회(Interzum 99)때도 20대 이상의 십 호텔들
이 전시장 인근의 라인강으로 몰려들었다.
쾰른에서 가까운 라인강변에 있는 뒤셀도르프에도 메세가 열리는 기간이면
이처럼 십 호텔들이 몰려든다.
이 십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3백50마르크(한화 23만원).
3평 남짓한 방에서 밤새 흔들리며 잠을 자야 하는데 비해 무척 비싼 가격
이다.
그런데도 박람회 관람객들은 이들 호텔을 얻지 못해 50km 이상 떨어진 인근
도시에서 숙박하기도 한다.
이들 두 도시가 전세계 비즈니스맨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보면 한국의 국제
전시회들이 얼마나 준비성 없이 치러지는지 느껴진다.
쾰른 메세와 뒤셀도르프 메세는 박람회 동안 십 호텔만 동원하는 게 아니다.
고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호텔에서 민박도 안내해준다.
두 도시의 민박 가능 가구는 각각 1만여곳 정도.
이들 메세는 3년전부터 행사를 준비한다.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플라스틱전시회나 인터팩 드루파 등은 전시회 출품
업체를 1년반전에 마감한다.
또 열리기 6개월전에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설명회를 연다.
뒤셀도르프 메세의 호어스트 기젠 이사는 "한국기업들은 이런 설명회 때 그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는지 뒤늦게 문의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지적한다.
이미 출품 업체가 1년전에 결정됐는데도 나중에 찾아와 떼를 쓰는 일이
자주 있다는 것.
그만큼 한국기업들은 국제박람회 참가를 차근히 준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뒤셀도르프는 인구 70만명의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매번 적어도 2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한다.
한국도 이제 일산 신도시에 국제규모의 전시장을 짓기로 하는 등 국제
박람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런데 전시장 규모만 늘릴 것이 아니라 쾰른과 뒤셀도르프가 1년반전에
출품업체를 마감하는 것처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전략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흔들리는 십 호텔에서 잠을 자면서라도 한국전시회를 관람하려
몰려들지 않을까.
< 쾰른=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
있다.
선박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객을 실어나르는 배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이는 호텔이다.
쾰른에서 메세(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엔 이런 "십(ship) 호텔"들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최근 열린 국제가구건자재 박람회(Interzum 99)때도 20대 이상의 십 호텔들
이 전시장 인근의 라인강으로 몰려들었다.
쾰른에서 가까운 라인강변에 있는 뒤셀도르프에도 메세가 열리는 기간이면
이처럼 십 호텔들이 몰려든다.
이 십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3백50마르크(한화 23만원).
3평 남짓한 방에서 밤새 흔들리며 잠을 자야 하는데 비해 무척 비싼 가격
이다.
그런데도 박람회 관람객들은 이들 호텔을 얻지 못해 50km 이상 떨어진 인근
도시에서 숙박하기도 한다.
이들 두 도시가 전세계 비즈니스맨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보면 한국의 국제
전시회들이 얼마나 준비성 없이 치러지는지 느껴진다.
쾰른 메세와 뒤셀도르프 메세는 박람회 동안 십 호텔만 동원하는 게 아니다.
고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호텔에서 민박도 안내해준다.
두 도시의 민박 가능 가구는 각각 1만여곳 정도.
이들 메세는 3년전부터 행사를 준비한다.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플라스틱전시회나 인터팩 드루파 등은 전시회 출품
업체를 1년반전에 마감한다.
또 열리기 6개월전에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설명회를 연다.
뒤셀도르프 메세의 호어스트 기젠 이사는 "한국기업들은 이런 설명회 때 그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는지 뒤늦게 문의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지적한다.
이미 출품 업체가 1년전에 결정됐는데도 나중에 찾아와 떼를 쓰는 일이
자주 있다는 것.
그만큼 한국기업들은 국제박람회 참가를 차근히 준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뒤셀도르프는 인구 70만명의 작은 도시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매번 적어도 2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한다.
한국도 이제 일산 신도시에 국제규모의 전시장을 짓기로 하는 등 국제
박람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런데 전시장 규모만 늘릴 것이 아니라 쾰른과 뒤셀도르프가 1년반전에
출품업체를 마감하는 것처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전략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흔들리는 십 호텔에서 잠을 자면서라도 한국전시회를 관람하려
몰려들지 않을까.
< 쾰른=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