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반면 엔화는 급속하게 절하되고 있다.

원고 자체만 해도 그렇지만 원.엔의 질서정연한(orderly) 움직임이 무너지고
있음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 할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그나마의 경기호전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근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더욱 그런 분석이 나오게 된다.

원화는 지난 18일만 해도 달러당 1천2백10원선이었으나 지난 주말엔
1천1백97원까지 치솟았다.

그것도 수출입은행이 달러를 사들여 이 정도 선에서 막은 것일뿐 시장을
방치했을 경우 더 강세로 갔을 것이라는게 외환시장의 분위기다.

기업들의 자산매각 대금이 속속 유입되는 중이고 증권 투자자금 역시 4월
까지 3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밀려드는 것이 원고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엔화는 갈수록 약세쪽으로의 움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엔화는 로버트 루빈 미국재무장관 사임과 로렌스 서머스 후임자 지명 이후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주말엔 달러당 1백24엔까지 급락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고대로 오는 6월께 금리를
인상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엔화의 추가 하락은 거의 필연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노무라연구소 등 일본의 싱크탱크들은 벌써부터 하반기에는 달러당 1백30엔
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치들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원화와 엔화가 서로 방향을 달리해 움직이면서 원.엔 환율의 균형점
으로 간주되는 "1백엔당 1천원"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1일의 엔.원 환율은 1백엔당 9백60원대를 기록해 우려를 현실로
만들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유화 등 5개
업종이 모두 일본과 경합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엔화와 원화의 최근 움직임
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증권시장등 금융부문에 몰려드는 외화는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과도한 유동성과 버블을 만들어 내는 한편 일정한 환차익이 보장될 경우
언제든 신속히 빠져 나갈 수 있다는데서 적절한 관리대책을 세워야할 필요성
도 높여 놓고 있다.

금융부문의 과잉 외화가 원화의 고평가를 만들어 내면서 수출 등 실물부문
의 회복에 오히려 장애를 조성하는 원치않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IMF행도 원.엔간 균형의 붕괴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당국은 원화의 일방적 고평가도 그렇지만 원.엔 환율의 질서를 회복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