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의 영토확장 경쟁이 사이버공간으로 옮겨붙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그동안 ISP(인터넷 통신서비스)나 SI(시스템통합)업체 등
정보통신 관련업체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삼성물산 롯데백화점 LG유통 등 전문 유통업체들이 "장사경험"을
밑천으로 인터넷 쇼핑몰사업에 뛰어들면서 사이버상권 선점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에서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LG유통이 최근 기업형 인터넷 쇼핑몰 2백50여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신판매사 백화점 등 전문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비중이 43%였다.

이는 95년말의 30%에 비하면 13%포인트가 급증한 것이다.

반면 ISP업체의 비중이 20%에서 33%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SI업체는
20%에서 11%로, 제조업체는 30%에서 2%로 급격히 줄어 전자상거래의 주도권이
유통업체로 넘어오고 있음을 나타냈다.

유통업체들은 특히 전자상거래 경험이 일천한데도 빠른 속도로 이에
적응하고 있어 앞으로의 판도변화가 주목된다.

롯데 삼성 LG 등은 사이트개설 1~2년만에 매월 1억5천만~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각 업체의 성장전략도 조금씩 차별화되고 있다.

롯데백화점(lotte.shopping.co.kr)은 지난 96년 "헬로우서울"이란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 국내에 본격적인 기업형 전자상거래 시대를 열었다.

헬로우서울에는 현재 롯데백화점외에 종로서적, 화장품 전문점인
코스메틱랜드, 음반판매점인 뮤직랜드 등 4개 업체가 영업중이다.

롯데는 올해안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전문업체 3~4개를 추가로 유치해
종합쇼핑타운의 형태를 갖출 계획이다.

또 고객이 여러 쇼핑몰을 오간 뒤 한꺼번에 결제를 하고 제품도 동시에
배달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했다.

"헤르메스"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엔 한국오라클 썬마이크로
시스템즈 등이 공동개발업체로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자사 인터넷 쇼핑몰인 삼성몰(www.samsungmall.co.kr)을 네티즌
이 인터넷에 접속한 뒤 처음으로 접속하는 "포탈(portal)" 사이트로 만들기
위해 정보서비스업체들과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구매력이 높은 주부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을
보강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병행할 계획이다.

LG유통은 개인 소비자보다는 기업쪽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LG는 최근 자사 인터넷 쇼핑몰인 샵포인트(www. shoppoint.co.kr)를 통해
"전사적 자원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각사의 사무용품을 일괄구매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또 자매사인 LG캐피탈의 인터넷 쇼핑몰사업을 넘겨받아 위탁경영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대금결제방식을 대폭 보완한 전자지갑을 개발하는 등
유통업체들마다 사이버 상전을 대비한 비장의 카드를 개발중이다.

김명득 LG유통 인터넷사업팀장은 "전자상거래도 장사인 만큼 상품의 기획과
판매에 경험있는 유통업체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 쇼핑몰이 당분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05년께는 국내 전자상거래의 시장규모가 1백40조원에 달할 정도로
고성장이 예상돼 업체들의 선점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