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령 < 인터벤처 기획실장 >

요즘 신문을 펴면 벤처(venture)란 단어가 하루에도 수없이 등장한다.

가히 "벤처의 시대"임을 실감한다.

더욱이 내 직업이 벤처 컨설턴트이니 모험과 도전 속에 파묻혀 산다고
할 수 있다.

직업성격상 벤처기업인들을 수없이 만난다.

그중에는 여성들도 있다.

이들은 한 단계 높은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남성중심의 사회를 헤쳐가야 하는 리스크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성 벤처기업가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실제로 여성 벤처기업인들은 남성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뭔가 경쟁력 없이는 그 자리까지 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성 벤처경영인들중 이공계 전공자는 거의 없다는 점이 재밌다.

미술이나 유아교육 등 좀체 벤처와 연관짓기 힘든 분야를 공부한 분들이
더 많다.

왜 그럴까.

내가 분석한 바로는 벤처기업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기술적
능력보다 마케팅과 대인관계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은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더라도 외부의 도움없이 성공하기
힘들다.

우선 돈 가진 사람들이 투자를 해줘야 한다.

벤처기업 자체가 모든 것을 갖추고 출발하는게 아닌 탓에 분야별로
아웃소싱이 필수조건이다.

그만큼 휴먼 네트워크가 중요하단 뜻이다.

아쉽게도 여성들의 최대 약점이 바로 인맥이다.

남성들의 경우 지연,학연 등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인연까지,
광범위한 인맥을 갖고 있다.

여성들은 그 어느 면에서도 약하다.

그래서 나는 인맥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만나는 사람들을 회계, 엔지니어링 등 분야별로 나눠 리스트를 작성한다.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났으며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을 가능한한 자세히 적어
놓는다.

이들에게 필요할 듯한 정보가 있으면 수시로 알려 주기도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간관계란 주고 받는게 있어야 유지되게 마련이다.

내가 만나는 투자자들중에는 여성기업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투명하고 내실있는 경영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장점에 인맥만 보완된다면 21세기는 여성 벤처기업가들의 시대가 될
것이다.

< hrlee@interventure.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