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야드의 파3홀.

거리가 거리인지라 남자들의 볼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명은 옆집으로 곁방살이를 하러 갔고 또 한명은 벙커에 코를 박았다.

그리고 다른 한명은 토핑이 나며 불과 1백야드 나가는데 그쳤다.

남자들은 "이거 이상하네"하며 헛기침을 했다.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뭔가 보여줘야 했지만 결과는 남자 체면이 묵사발이 된 꼴이다.

이제는 우리의 여성골퍼 차례.

그녀는 색깔도 고운 드라이버를 뽑아 들었다.

심호흡을 몇번 한후 그녀는 바로 스윙에 들어갔다.

연습스윙도 없이 바로 샷을 날리는 그녀 모습은 빠르고 간단해서 너무
좋았다.

그 우아한 모습이라니.

남자들보다 힘은 약했지만 그녀의 볼은 핀을 향해 살랑살랑 날았다.

볼은 홀 전방 5m 지점에 안착했다.

남자들은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멋진 리커버리샷으로 구겨진 체면을 바로 세울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그게 뜻대로 되는가.

남자들은 모두 더블보기, 트리플보기로 또 다시 박살이 났다.

반면 여성골퍼의 버디 퍼팅은 멋지게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연약한 여성이라도 5m 퍼팅을 체력이 약해 못치는 법은 없다.

볼은 새파란 잔디위를 매끄럽게 구르며 홀을 향해 진군했다.

그러나 퍼팅이란게 원래 1mm가 어긋나면 안들어 가는 법.

그녀의 볼은 홀 옆 5cm에 멈춰섰다.

아쉽지만 멋진 파.

"어머 웬일이지. 오늘은 퍼팅이 붙어주네요"

여성골퍼는 그 "불쌍한 남자들"을 향해 살짝 미소지었다.

그 싱그러운 웃음은 5월의 햇살과 함께 필드를 더 없이 빛나게 했다.

그 여성은 1백90야드를 올린 것이 결코 아니다.

레이디 티는 30야드 가량 앞에 나가 있었으니 1백60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날린 셈이다.

레이디 티를 사용하는 것은 여성들의 고유 권리.

코스가 주는 그같은 혜택만으로도 여성골퍼는 남자들보다 얼마든지 유리할
수 있다.

또 퍼팅에 관한한 장타력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여성의 거리가 남자들보다 못한다 한들 최소한 파3홀 4군데에서는 얼마든지
남자를 제압할 수 있는 것.

이같은 속성은 필드에 너무도 많다.

차차 설명하겠지만 여성골퍼들은 바로 이같은 유리함을 "먼저 알고"
이용해야 한다.

"거리만을 자랑하던" 남자들은 이제 정신차릴때가 됐다.

통계로 나타나진 않지만 여성골프인구의 증가율은 남성 이상일지 모른다.

평일 필드나 연습장 풍경이 그걸 증명한다.

기술이나 신체조건, 그리고 객관적 상황면에서 여성골프는 남성과 분명
차이점이 있다.

새롭게 시작되는 이 연재를 통해 여성들은 그걸 깨달으며 남자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을 것이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