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LG정보통신 청주공장 회의실.

9백MHz 무선전화기의 불량원인에 대한 6시그마팀의 연구결과 발표가 있었다.

6시그마 운동을 도입한 이후 첫번째 사례발표였다.

제조라인에서는 아무런 이상없이 제작된 무선전화기에 대해 고객들의
불만이 계속 접수됐지만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각 공정별 불량건수가 1달에 1~2건 정도에 불과했다.

직원들도 이 정도는 불가항력이라고 판단했다.

당연히 더 이상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도 고객들은 잡음이나 통화불량등의 불만을 계속 접수시켰다.

현장에서는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6시그마팀의 조사결과는 그러나 이러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CTQ(고객불만을 일으키는 결정적 요소)를 중심으로 품질수준을 점검한
결과 불량률이 각 항목별로 최고 51만~10만PPM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6시그마 개념으로 정의되지 않는 수치다.

원인진단을 마친 6시그마팀은 제조공정의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회로조정 불량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측정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계측기의 측정범위가 지나치게 넓은데다 사용빈도나 사용년한에 따른
교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공장내 전계측기에 대한 검사와 교정을 실시한 결과 무선전화기의 품질수준
을 4.49시그마까지 끌어올렸다.

공정손실비용도 1억3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줄었다.

그때서야 직원들이 각 공정단계에서 주어진 작업내용을 아무런 검토없이
받아들인 것이 높은 불량률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제작단계에서 당연시했던 착오가 공정별로 누적되면서 그대로 최종생산단계
까지 진행된 것이다.

99% 정품의 통계학적 의미가 미국의 경우 시간당 2만통의 우편물이 분실
되고 1주당 5천번의 잘못된 수술이 이뤄진다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이 프로젝트 완료후 사업장 전 직원이 6시그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난해 9월부터 6시그마 경영혁신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LG정보통신은
2002년까지 전사업부문 6시그마 품질수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4단계로 나눠 매년 활동목표와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우선 올해안으로 서비스품질수준육을 3.5시그마로 끌어올리기 위해 각
사업장별로 주단위로 품질회의체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1년에 2회씩 사업장별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GE와 모토로라의 선진사례
연구발표회도 1개월에 한번씩 개최할 계획이다.

2001년까지 5.5시그마 달성을 목표로 협력회사에 대해 6시그마 교육프로그램
을 진행하고 해외부문의 6시그마 추진도 병행키로 했다.

LG정보통신은 6시그마 운동 전담자에 대한 교육활동을 강화하고 각종
인센티브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GB(그린벨트)-BB(블랙벨트)-MBB(마스터 블랙벨트)로 구성된 벨트제도를
운영중이다.

MBB는 6시그마의 전담자로 각종 경영혁신 프로젝트를 지도하는 전문가.

BB는 사업팀의 리더로 과제를 직접 수행하며 GB는 개선과제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MBB는 연봉의 10% 이상을 추가로 지급하며 진급가점을 부여받는다.

제조부문중심으로 현재 1개 프로젝트당 1억원 이상의 개선효과를 목표로
1백개의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올해 6시그마 활동을 통해 4백억원의 품질개선비용효과를 달성할 계획이다.

서평원 사장을 포함해 임원진에서부터 말단부서직원까지 각자의 임무와
역할에 맞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사내강사를 자체 육성하고 통계적인 이론교육과 과제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6시그마 전용교육장을 마련, 올해안으로 1천3백여명의 직원을 훈련시킬
계획이다.

2002년에 품질수준 3.4PPM(6시그마)에 도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 1차적인 대상인 납품업체의 품질을 6시그마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무선단말기의 부품외주 의존도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LG정보통신으로서는
부품결함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완제품의 불량률을 6시그마 이하로
떨어뜨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우선 40개 업체를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 6시그마 교육프로그램
을 내달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LG정보통신은 국내업체중 처음으로 소프트웨어 개발과정 공정의
품질개선을 핵심목표로 선정했다.

첨단 정보통신 제품위주로 구성된 업종특성상 제품품질중 소프트웨어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6시그마 운동이 하드웨어와 관련된 내용에 비중을 두고 추진 진행
돼온 한계를 감안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6시그마 개념을 접목하기 위한
전담팀을 이미 구성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소프트웨어 제작공정별로 품질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프로그래머의 개인능력에만 의존하던 설계방식에서 탈피, 구조설계와
상세설계라는 단계를 추가했다.

소프트웨어의 기능에 대한 사전점검항목도 만들었다.

입력(Coding)착오를 점검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현재 65% 수준에서 최소한 95%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99%에 이르는 미국 AT&T이나 IBM의 소프트웨어 결점의 사전제거비율과
맞먹는 수치다.

< 청주=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