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시장이 달아오르고, 땅값이 몇달째 서서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모델하우스를 찾는 부인네들의 발길에 완연한 봄바람이 일렁인다.

증권시장의 봄은 더 빨리 찾아왔다.

구조조정에 몰두해 있던 경제에 연초부터 경기부양의 바람이 불어왔던
것이다.

시중에 돈이 풀리고 금리는 떨어졌다.

명퇴자들이 안고 있던 뭉텅이 돈들이 갈 데 없어 증시로 몰렸다.

그래서 증시가 실물에 앞서 타올랐다.

증권시장의 "한탕" 바람이 차차 부동산쪽으로 불어오리라는 예측이 강하다.

통상적으로 증시의 바람은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부동산으로 이어져 왔던
것이다.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면 기업들의 설비투자 의욕이 살아나고, 이것은 땅의
수요를 일으킨다.

또한 서민들의 소득증대에 따라 주택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부동산시장의 활력은 경제에는 보약이다.

이런 공식 때문이라면 90년 이후 얼어붙어 있던 부동산시장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증시나 부동산시장의 한탕주의를 경제의 순리로 보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지난 개발연대의 부동산투기 열풍과 그로 인한 상처를 경험하였다.

지난 74~94년 사이 소비자 물가지수는 6.7배 올랐으나 땅값은 17배나
뛰었다.

개발지의 땅값은 순식간에 몇 배 뛰기도 하였다.

그때의 투기 열병의 후유증이 얼마나 깊고 아팠는가.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간극은 끝없이 벌어지고, 불로소득은 과소비를 불러
오고, 저마다 허황된 졸부꿈을 꾸게 만들지 않았던가.

지금 정부에서 증시를 살리고 부동산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서 그동안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조치가
취해졌다.

주택관련 규제가 대폭 풀리고 분양가 규제가 풀렸다.

당첨권인 딱지의 거래도 양성화 되었다.

택지소유상한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으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개발부담금도 유예돼 토지공개념은 완전히 퇴장한 셈이다.

최근에는 비업무용토지 제도를 폐지하고, 그린벨트도 곧 풀리거나 건축행위
에 대한 대폭적인 규제완화가 있으리라고 한다.

분양가 규제가 풀리자 강남에는 평당 2천만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선보이고
있다.

이쯤되면 부동산정책은 완전 무장해제된 셈이다.

끈질기게 토지공개념이란 틀 속에 토지를 밀어넣고 투기와 싸워왔던 몇년의
세월이 완전히 퇴색해 버렸다.

지금 우리가 풀어놓은 정책들은 부동산이 타오를 때 투기억제를 위해 만들어
놓은 시책들이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지금 땅값은 안정세라 볼 수 있다.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다.

아파트 값은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상당량의 미분양아파트가 깔려있는
상황이다.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우리의 부동산가격이 거품에 싸여 있다고 믿고 있다.

과거 우리는 마약인 줄 알면서도 투기를 부추겨야 주택공급이 되고 경제가
움직였다.

건설경기는 우리 경제를 끄는 견인차였다.

그래서 부동산시장은 중독성 거품에 싸인 것이다.

미국의 땅값이 전부 3천조원 정도인데 우리나라 전체 땅값이 1천조원 정도
라는 것을 비교해 보면 거품덩어리인 셈이다.

그래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길은 아직도 멀다.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껑충 뛰어오른 집값을 바라보는 샐러리맨의 가슴은
답답하다.

열심히 땀흘려 번 돈으로 내집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지금은 경기부양보다 구조조정에 전념할 때이다.

부동산시장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주택정책은 무엇보다 낮은 금리와 안정된 시장에 적응하도록 변해야 한다.

주택금융시장에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지만, 전세를 기조로 한 주택임대
시장에는 전반적인 임대료상승을 불러올 것이다.

그동안 민간분야에만 의존해 온 주택공급은 공공주택의 확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토지정책도 변해야 한다.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를 활성화하고 토지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직도 종합토지세의 과표 현실화율은 낮다.

또 우리의 부동산 세구조는 거래단계의 세율이 높고 보유단계에서는 낮다.

이것이 거래의 벽이었다.

토지공개념 관련 법들이 없어진 지금, 개발이익을 환수하려면 양도세와
상속세를 강화해야 한다.

규제완화와 함께 이같은 토지부분의 개혁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부동산을 너무 조급하게 부양하기보다 안정세로 연착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좀더 거품을 벗겨내는 조정기를 지나야 탄력을 되찾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