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것 제대로 먹고 운동도 따로 하지 않으면서 단지 알약만 먹어 살을 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은 "편안하게 살빼기"가 평생 소원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를 비만치료제 "제니칼"(성분명 올리스태트.호프만-라
로슈사 제품)을 승인했다.

이 약은 음식으로 섭취된 지방의 30%를 체내에 흡수시키지 않고 그대로
배출시키는 효능을 갖고 있다.

과연 제니칼은 다이어트를 종교처럼 신봉하고 있는 비만인들에게 구원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제니칼을 비롯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각종 비만치료제의 효과 및
부작용을 강재헌 인제대 상계백병원 비만클리닉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제니칼을 복용하면 하루에 대략 25~30g의 지방 배출 효과를 얻게 된다.

이로 인해 2백~2백50kcal의 열량이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

임상시험결과 제니칼을 1년간 복용하면 약 10kg, 2년간 복용하면 약 8kg의
체중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니칼은 이미 17개국에서 승인받아 1만여명이 처방을 받았다.

이 약의 장점은 기존의 비만치료제에 비해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다.

물론 결점도 있다.

첫째 비교적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이어야 약효가 클 것이라는 점이다.

구미사람들은 전체 식사량중 약 40% 가량을 지방으로 섭취하는 반면 한국인
은 20% 안팎이다.

즉 탄수화물의 과다섭취로 인해 비만에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한국인
에게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일단 섭취열량을 줄이고 보자는 심산에서 무작정 이 약을 복용하게
된다면 지방의 섭취량이 너무 적어져 지용성 비타민이 흡수되지 않거나
영양균형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로슈측은 이 약은 체질량지수(체중/키의 제곱=kg/제곱m)가 27 이상인
비만인에게 처방돼야 하고 제니칼을 복용할 때에는 지용성비타민을 보충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독일의 크놀이라는 제약사가 만든 시부트라민도 제니칼과 거의 동시에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뇌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고갈을
막아 식욕을 억제하고 교감신경계를 흥분시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게 한다.

혈압이 약간 올라가고 분당 맥박수가 3~6회 증가하는 등의 단점이 있어
고혈압이 있는 비만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부작용도 있다.

복용자중 5~15% 가량이 입마름 미식거림 불면증 어지럼증 변비 등의 증상을
보였다.

국내에는 내년 하반기쯤 이 두가지 약이 상륙할 전망이다.

이같은 비만치료제가 출현함에 따라 그동안 부작용이 심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가 다소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약을 끊으면 살이 다시 찌거나 단기간에는 효과가 좋았다가 시간이
더 지나면 체중감량효과가 떨어지는 결점까지는 극복할 수 없으리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강 교수는 "비만 치료에서는 약물요법이 식사요법이나 운동을 대신할 수는
없으며 병용 치료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살 빼는 약에 대한 환상은
갖지 않는게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부작용이 심한 살빼는 약이 미용실이나 암시장에서 유통돼
문제다.

몇달전 태국에서 밀수입된 펜터민 성분의 약은 심장 대동맥및 판막에
이상을 줄수 있어 FDA가 지난 97년 수거조치한 약이다.

또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에페드린 카페인 등을 다량 함유한 약들은
심장발작이나 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이밖에 수십여종의 살빼는 약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효과가 확실하거나
부작용이 경미한 것은 아직 없다.

강 교수는 3~4개월간의 약물치료로 대개 체중이 5~10kg, 허리둘레가 5~10cm
감소되기는 경우는 있다면서 그러나 1개월간의 약물치료로 체중이 1%도
감소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 살빼는 약 ]

<> 올리스태트

- 효능/특징 : 지방흡수억제, 1년 복용으로 체중 10% 감소
- 부작용/단점 : 기름진 변을 보게돼 복통 설사 유발, 장기간 복용해야
하고 지용성비타민을 병용해야 함

<> 시부트라민

- 효능/특징 : 식욕억제및 에너지소비증가촉진, 6개월 복용으로 5~6kg 감량
- 부작용/단점 : 고혈압및 심장병환자에 위험, 불면 메슥거림 입마름
위장장애

<> 페닐프로판올아민펜터먼

- 효능/특징 : 노르아드레날린의 작용을 증가시켜 교감신경흥분, 식욕억제
- 부작용/단점 : 혈압상승 흥분 불면 어지럼증

<> 펜플루라민 덱스펜 플루라민 플루옥세틴

- 효능/특징 : 세로토닌의 작용을 증가시켜 식욕억제, 단기간의 감량효과
우수
- 부작용/단점 : 폐성고혈압 심장판막질환(플루라민계열) 전신무력감 불면
성기능장애 소화불량(플루옥세틴)

<> 아카보스

- 효능/특징 : 이당류를 단당류로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해 당뇨 비만 치료
- 부작용/단점 : 체중감소효과 미약

<> 한방성분제품

- 효능/특징 : 이뇨제 사하제(강제적으로 대변 배출) 성분이 많다.
신진대사촉진 지방흡수억제 등의 효과가 있다고 광고됨
- 부작용/단점 : 과량 복용시 체내수분감소 변비 피부건조 체온하강 등이
우려됨, 통계적 임상자료 부족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