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기술 영업권 등 무형자산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부터 5대 그룹의 빅딜협상 테이블을 뜨겁게 달군 반도체.빅딜
당사자인 현대전자와 LG반도체 사이에 한치 양보도 없는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핵심 쟁점중 하나가 바로 기술권리와 영업권 등의 값을 얼마나 쳐줄 것인가
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를 재는 중요한 잣대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총성 없는 기술특허전쟁"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가오는 새 천년엔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이나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특허권 등 원천기술은 경쟁력의 초석일 뿐만 아니라 생존의 열쇠가 된다.

컴퓨터 핵심부품과 운영체제(OS)를 보유한 인텔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아직도 세계 컴퓨터시장의 맹주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정보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야후"(Yahoo)나 "넷스케이프"(Netscape)
는 한해에 수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복제양 "돌리"가 새끼를 낳고 "하버드마우스"(실험용 쥐)가 특허를 얻는
등 기존의 상식을 비웃는 사건들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황금알을 낳는 첨단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특허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보호범위를 무한정 확대하고 이를 통상협상
의 주요 논제로 끌어내고 있다.

국제무역기구(WTO)에서 제기된 기술라운드는 선진국이 원천기술을 통상
무기화한 대표적인 예다.

특히 종래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발명과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신지식
재산권이 국제 특허전쟁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 소프트웨어 인터넷도메인네임 영업비밀 캐릭터 등이 그것.

선진국은 돈되는 것이면 무형의 기술이나 정보에도 특허꼬리표를 붙여
사용료(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

예전엔 상품을 많이 파는 게 중요했지만 이젠 첨단기술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국가경쟁력과 국제무역의 우위를 가늠하게 한다.

기술패권주의를 앞세운 "사이버라운드(Cyber Round)"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기술창조력과 정보가 주요 생산요소와 상품으로 둔갑하면서 각국은 지재권
제도개선과 행정효율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지재권 통합전담기관을 설치, 사이버라운드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지재권을 통합관리하는 국가지식산권청을 발족시켰다.

아울러 신지재권 출현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지재권 규범을 전세계적으로
표준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지재권을 경제 문화 사회 전반의 주요 정책
수단으로 강화하고 있다.

산재권과 별도로 논의해온 저작권은 96년 12월 WIPO 저작권조약및 지적
인접권조약 체결을 계기로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는 양상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지재권 정보유통및 전자출원 등 전세계를 잇는 지재권
정보망 구축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와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TRIPs) 논의과정에서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간의 대립으로 타결에 실패한 지리적표시및 식물신품종 보호에
대해서도 후속협상이 재개된다.

선진국들이 범정부 차원의 대응전략에 부심하는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탁상공론만 거듭하고 있다.

세계 5대 산업재산권 출원국인데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지재권을
통합관리하는 곳이 없다.

부처별로 자기 목소리만 내다보니 선진국과의 협상에서 항상 밀릴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생산기술의 해외유출사건은 신지재권 관리보호가 얼마나 허술
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구개발(R&D) 투자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선에 머물러 선진국(3%)에 비해 비율과 절대액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엔 연구개발비가 30%이상 줄어들었다.

따라서 선진국과의 기술특허전쟁을 주도하기 위해선 제도개혁과 인프라구축
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재권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기술개발을
우대하는 정책적 지원과 행정 선진화도 병행해야 한다.

또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민간기업들도 연구개발투자만은 한발짝도 늦춰서는
안되는 상황이다.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