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새싹 잔디가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골프가 플레이어를 흥분시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운동이 자연과의
싸움이면서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좋은 골프코스는 홀마다 전략과 도전을 필요로 하고, 실수에는
응징이 따른다.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출신 의원들이 매년 1월에 개최하는
친선경기의 경기성립과 우승기록의 조건은 "기온 0도이하, 풍속 5m이상"
이라고 한다.

자연과의 도전이 요체인데 미풍과 쾌청한 날씨속에서의 게임은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는 전통 때문이다.

아프리카나 중동의 초원, 사막에서 젊은 서양미인이 스카프를 날리며 지프를
모는 모습을 보면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열대의 더위는 물론 각종 위험이 즐비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자연속을
누비는 장면은 가히 많은 식민지를 다스린 조상의 딸임을 입증한다.

그 선조들은 모험정신으로 개척하고 정복했다.

그 과정에서 역사적 과오도 많았지만 그들은 세계를 지배했고, 그 후예들은
지구상 전역에서 활달하게 일하고 즐기고 있다.

세계 7대륙을 직접 밟아 본 산악인 허영욱씨의 말인즉 "오늘날 잘사는
나라의 역사는 희생을 무릅쓰고 도전과 모험을 장려해 온 나라"라고 한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한계에 도전하여 승리하면 당사자 개인에게는
영예와 부귀를 국가.사회가 보장했다.

그러한 개개인의 개척활동 토대위에 국가가 진출, 통치하고 결국 열강이
됐다.

도전과 모험을 외면했던 우리선조들 시대에는 제국주의도, 봉건제도도
생략되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긴 것은 20세기에 "조국근대화"다.

후세대에겐 조상이 될 현시대의 우리는 선진국진입에의 대비가 충분하다
할 것인가.

좁은 국토와 좁은 사고의 테두리속에서, 평안함을 즐기는 정적인 풍토에선
선진국의 전제인 "다이나믹스"(dynamics)가 왕성할 수 없지 않을까.

지방여행길에 우리나라에도 드물게나마 위대한 도전의욕을 가졌던분의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유명한 정읍 내장산 단풍이 촌로의 한평생 역작이라는 것과 아산만방조제를
애초에 구상하여 착수하려 했던 토호가 있었다는 것은 한국적 발상을 초월한
점에서 경탄스러우며 우리의 가능성을 새롭게 해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