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죠. 외래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한국 사람
에게는 역시 매운 소스와 김치맛이 필요하지요"

서울 은평구 연신내 골목에서 일본식 철판요리 전문점 오코노미를 운영하고
있는 황재홍(34세)씨.

황씨는 일본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오코노미야키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 재미를 보고 있다.

황씨가 오코노미 전문점을 연 것은 지난 97년 7월.

대형 불고기집을 하다가 쓴 맛을 본 직후였다.

실의에 빠져 있던 황씨에게 오코노미야키 아이템을 처음 소개한 사람은
일본에 살고 있던 친척이었다.

황씨는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서 2개월동안 조리법과 철판다루는 법,
장사하는 방법 등을 익혔다.

밀가루 반죽에 16~18가지 재료를 얹어 즉석에서 조리하는 철판요리인
오코노미야키는 일본에선 골목마다 자리를 잡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황씨는 이 사업에 확신을 갖고 일본의 오코노미야키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다.

하지만 희망섞인 기대와 달리 개업한지 3개월이 지나도 거의 손님이 들지
않았다.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음식인데다 일본음식 특유의 느끼한 맛이
문제였다.

황씨는 고민 끝에 한국인 입맛에 맞도록 매운 소스를 사용하는 등 조리법을
바꿨다.

이것을 계기로 사업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국적인 음식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고객층은 20~30대의 신세대
직장인층.

현란한 조리과정을 손님에게 직접 보여주는 이색적인 풍경에다 1인당
6천~7천원정도로 식사와 술을 같이 할 수 있는 부담없는 가격이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현재 월 매출액은 1천1백만원선.

재료비 3백만원, 인건비 60만원, 월세 70만원, 공과금 30만원 등을 뺀
6백10만원가량이 순수익이다.

창업비용(6천3백만원)에 견주면 알짜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불황중 호황을 누리게 되자 황씨에게는 뜻하지 않는 업무가 하나가 생겼다.

오코노미야키 맛에 반한 손님들이 황씨에게 요리법을 배워 분점을 내겠다고
조르는 통에 이들 뒤치닥거리가 만만치않은 일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하나둘씩 개점해주다보니 분점수도 서울과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22개나 된다고 한다.

"손님들과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민과 스트레스를
나누려고 애를 씁니다. 진실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음식장사 못지않은
보람이죠"

(02)927-8357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