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침 8시30분 시립 마포도서관.

지난해말 직장을 잃은 김정식(42.가명)씨가 허름한 차림으로 열람실 문을
들어선다.

김씨는 이곳 저곳 주위를 둘러본 뒤 이용객들이 적은 한 귀퉁이에 앉았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신문을 꺼내들고는 취업정보란을 꼼꼼히 읽어내려
간다.

이어 책가지를 자리에 놓고 자료열람실로 자리를 옮긴다.

취업정보관련 서적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1천원짜리 우동으로 때웠다.

오후에는 석간신문 열람대를 찾아 구인정보를 정독한다.

도서관에 실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IMF 시대의 한 단면이다.

정독도서관은 평일 하루 평균 입장객이 4천여명으로 IMF 전보다 5백명 정도
늘었다.

남산 및 마포 목동 등 대형 시립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용객이 IMF 전보다 20~30% 많아졌다.

마포도서관 이숙자 열람과장은 "취업 재수생들도 많이 오지만 30~40대 성인
들의 이용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실직자들이 몰리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도서관은 우선 산책코스와 냉온방시설 등 비교적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입장료도 따로 없는데다 책이 넘쳐나니 "킬링타임"에도 제격이다.

음식값도 싸다.

2천원이면 설렁탕 한그릇을 먹을 수 있다.

실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도서관은 아예 이들을 위한 자료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정독도서관은 20평 규모의 "취업도움방"을 따로 열었다.

2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인터넷에 올라 있는 각종 취업정보를 검색해주기도
한다.

남산도서관도 취업정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객을 위해 PC 3대가 놓여져 있다.

마포와 목동도서관은 각종 취업관련 신간서적을 두루 비치하고 있다.

구로도서관은 매일 취업관련 신문스크랩을 따로 만들어 실직자들에게
제공중이다.

그러나 실직자들이 도서관에 몰려드는데 따른 부작용도 없지 않다.

대낮부터 술에 만취한 일부 실직자들이 열람실과 자료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있는 것.

노숙자들도 심심치 않게 도서관을 찾아 이용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마포도서관은 최근 노숙자가 열람실에서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경찰을 부른
적도 있다.

목동도서관 관계자는 "노숙자를 거부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도서관에
책 읽으려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남궁덕 기자 nkduk@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