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용 < SK상사 OCMP팀 차장 >

한국외국어대는 다양한 언어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이다.

영어, 일어, 프랑스어 등은 물론 스웨덴어, 이란어, 태국어, 스와힐리어에
이르기까지 지구촌의 모든 언어영역을 배우고 가르치는 특색있는 대학문화를
자랑한다.

이러한 독특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태어난 모임이 바로 "외국어대 학생 통역
협회"다.

지난 80년 발족했으니까 벌써 20년의 연륜이 쌓였다.

지금까지 19기 7백40명이 배출됐다.

이들은 대부분 뛰어난 언어 감각으로 사회 구석구석에서 자신들의 몫을
값지게 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워낙 회원들이 많은 탓에 전체회원이 모일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몇몇 기수별로 우의를 다진다.

필자는 3, 4, 5기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모인 "OB친목모임"에 속해 있다.

문자 그대로 "친목모임"이다.

그 흔하디 흔한 회장이나 총무 등 감투도, 일정한 회비도 없는 자율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회원들이 모이지 않아, 또는 돈이 없어 모임이 깨진 적은 없다.

15년여의 세월을 끈끈한 인간관계 하나로 이어 오고 있다.

만남은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가족동반 야유회"와 11월에 갖는 "연차
모임", 그리고 수시로 갖는 "비정기 모임"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나눈다.

모임에서의 화제는 다양하다.

주식투자에 대한 조언에서부터 구직.구인정보,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방법
등 제한이 없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원이 강사가 되어 자기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
"강연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마치 한국사회의 축소판같다.

영어강사로 유명한 오성식, KBS 앵커인 김종진, MBC 아나운서인 강영은씨
등이 있다.

또 동시통역사로 활동하는 조성은, 김미영씨 등도 빼 놓을 수 없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현대 생활에서 대학시절 동아리이자 선후배들이 이렇듯
지속적으로 어울리고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올해 우리 OB들의 계획이 있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아리 후배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뜻을 모으는 일이다.

연말에 알찬 결실을 기대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