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1백70여 단체로 구성된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에서 각계 인사
7천여명이 한자교육의 실시, 한글과 한자 혼용, 한글전용법 폐지 등을 주장
하는 건의서를 채택하였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 "한글전용 한자병용"의 문제는 그 시비를 가리기
보다 실생활에 있어서 말뜻이 한자를 벗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한둘이
아니다.

한글만으로는 표현이 제한되어서 같은 낱말이라도 한자로는 다르게 표기되는
것을 예로들면 例(예)와 禮(예), 靑山(청산)과 淸算(청산), 人情(인정)과
認定(인정), 富者(부자)와 父子(부자) 등등...

말의 뜻이 한자를 벗어나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많고 한자를 모를
경우 일일이 낱말을 외우거나 앞뒤 말의 이음으로 뜻을 풀이해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흔히 쓰이는 일상어가 아닌 경우 한자표기없이는 그 말의 뜻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깊이있는 문장이나 전문용어의 경우 한자를 병용함으로써 그 말의 뜻을
바르게 이해할수 있게 된다.

제한된 일상 언어밖에 없는 미개국에는 후대로 전해지는 문화와 역사서가
없다.

반면 문명국들은 언어를 활용하여 역사와 문화, 전통을 남기며 후손들은
이를 계승 발전시킨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는 유교와 불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부처님의 법어나 유교사상이 모두 한자로 표현되어 있고 가족제도가 "효"
중심으로 이어져옴에 따라 한자는 우리문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한글과 더불어 한자를 제한된 범위내에서 병용 또는 병기하는 것이 다양화를
추구해야 할 21세기에 걸맞지 않겠는가.

출신학교명, 학과명, 자기 주소를 한자로 쓰지 못하는 고학력 입사 지원자를
접할 때마다 충격을 받곤 한다.

그래서 사원들의 한맹을 막기위해 수습기간내에 천자문을 열번씩 써서 제출
토록 하고 과제물을 확인한 후에 정식사원으로 발령낸다.

세계화 시대다.

비즈니스 외국어를 할줄 알아야 하는 것 만큼 제대로된 우리말의 정확한
구사력이 중요하다.

의맹들을 양산한 책임이 우리 어른들에게 있지 않은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