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자식과 이웃들을 위해 헌신해 온 백옥심(69.전남 진도군 임회면
석교리)할머니.

올 어버이날 그녀의 감회는 남다르다.

장한 어버이로 선정돼 8일 대통령표창을 받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쫓아다닌 생활고속에서도 지체장애 1급인 아들을 포함, 7남매를
건전하게 키운 공로다.

자녀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은 둘째 아들 박영실(46)씨.

박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지난 63년 학교운동회를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일어서질 못했다.

병명은 다발성 류머티스관절염.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아들을 살린 것은 사랑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녀의
의지였다.

백씨는 16년동안 아들을 업고 용하다는 곳을 찾아다녔고 지극한 자식사랑은
결국 영실씨를 내로라하는 장애인 화가로 키워냈다.

백씨는 며느리가 77년 간암으로 세상을 등진 후에는 손자까지 떠맡아야
했다.

게다가 남편이 92년 중풍으로 몸져 숨지기 전까지 5년동안은 남편과 작은
아들의 병 수발에 자녀와 손자까지 키워내는 일인다역의 세월을 살았다.

그녀는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웃들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논 4마지기 농사에 날품까지 팔면서도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밥을 주는
온정을 잊지 않았다.

"자식들을 학교에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이 여한으로 남습니다. 몸이 불편한
둘째를 생각하면 지금도 죄인된 심정이예요. 같이 기뻐해줄 남편도 저세상
으로 가버렸고..."

현재 진도 천주교 임회공소 신도회장과 십일시(석교리)노인회 여성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평생 농사일로 뭉툭해진 손등으로 눈물과 지난 세월의
회한을 함께 훔쳐냈다.

< 진도 = 최성국 기자sk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