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합병(M&A) 새치기"가 늘고 있다.

M&A합의가 발표된 후 제3자가 끼어들어 이를 무산시키고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인터넷과 통신, 패션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활발히 진행중인 M&A붐 속에서
관련 기업들이 경쟁사의 거대화를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피인수업체들이 보다 유리한 매각조건을 만들기 위해 제3자를 일부러
끌어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성공한 대표적인 "M&A 새치기"의 예와 새치기의 가능성이 높은
합병사례들을 소개한다.


<>AT&T와 미디어원

컴캐스트와 미디어원간에 합의된 합병 계획을 AT&T가 중간에서 무산시켰다.

미국내 케이블TV업계 3위인 컴캐스트는 경쟁력을 높이고 향후 지역전화사업
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아래 지난3월 미디어원(4위)을 5백55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이때 AT&T가 끼어들어 미디어원에 6백25억달러의 현찰을 제시, 컴캐스트의
인수안을 깨끗히 백지화시켰다.

AT&T는 이미 인수를 끝낸 텔레커뮤니케이션(TCI)과 미디어원의 케이블TV망을
합해 총 1천6백만명의 케이블TV 가입자를 확보하게 됐다.

AT&T는 케이블TV망을 이용해 앞으로 고속 인터넷서비스 사업에 전력할
방침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 계획에 동참, AT&T에 50억달러를 신규 투자키로
했다.


<>올리베티와 텔레콤이탈리아(TI)

도이체텔레콤와 TI의 경영진들은 이미 합병에 합의했지만 주변 상황때문에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끈질기게 TI인수전을 펼쳐온 이탈리아 올리베티가 최근 주당11유로라는
파격적인 인수 조건을 내놓았기 때문.

TI주주들은 올리베티 안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리베티는 새 제안 발표후 TI지분 0.13%를 추가 확보했다.


<>피노그룹과 구치

프랑스의 고급브랜드 메이커인 피노 쁘렝탕그룹(PPL)과 동종업체인 루이뷔통
(LVMH)이 이탈리아 구치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피노는 지난3월 구치 주식 40%를 29억 달러에 매입해 경영권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에 먼저 구치 인수에 나섰던 루이뷔통이 반격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피노의 주식인수 제안가보다 주당 10달러를 얹어 구치 주식
1백%를 매입하겠다고 역제의했다.

현재 구치경영진이 이 제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피노와 구치간 합의는
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