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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의 날] '대립 아닌 대화'로 새 노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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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근로자의 날은 노사 모두 표정이 밝지 않다.

    산업현장의 "먹구름"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조금씩 풀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용불안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노동계와 정부가 격전을 치르기도 했다.

    여전히 양측 모두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파국만은 면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기는 했다.

    일부 노조가 자제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사업장들의 동참열기가 예전같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 됐다.

    그러나 곳곳에 걸림돌이 널려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형국이다.

    우선 잇슈 자체가 예전과는 다르다.

    과거엔 임금과 복지가 주요 논쟁거리였다.

    상대도 회사 측이었다.

    한참 싸우다가도 어느 선에 이르면 타협이 됐다.

    "불법"으로 시작하지만 끝내는 악수를 나누었다.

    지금은 다르다.

    "일자리"가 걸려 있다.

    구조조정으로 사람을 쫓아 내는 일이 쟁점이다.

    상대방도 정부다.

    노조 측으로썬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이대로가면 올해 직장을 떠나야할 동료가 50만명에 달한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정부 입장에선 경제정책의 근간에 해당하는 문제다.

    "구조조정"에서 밀리면 경제위기 탈출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강경할 수 밖에 없다.

    산업현장이 과격한 파업을 기피하고는 있다.

    그러나 강경대립하는 민주노총과 정부의 대치가 풀릴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5월10일을 전후해 총파업 투쟁에 들어 가겠다고 공언하고있다.

    정부 역시 불법파업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이를 중재할 노사정위원회는 기능을 상실했다.

    민노총은 위원회의 존재의미 차체를 부인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조건부로 탈퇴한 상태다.

    경총도 빠져 나갔다.

    노사정위원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했다.

    그러나 똑 떨어지는 명분을 확보해주지 못하는 한 노사정위원회의 기능
    정상화는 요원하다.

    그렇지않아도 노사분규는 증가추세였다.

    경제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었기에 힘겨루기는 더 심했다.

    95년이후 연간 80~90건 수준에 머물던 노사분규는 작년에 1백29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29일까지만도 모두 36건의 분규가 발생했다.

    그러나 분규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를 보면 상황은 심각해 진다.

    올들어 생긴 손실일수는 48만1천1백95시간.

    작년 같은 기간 14만7천7백55시간의 3배이상에 달한다.

    그만큼 분규가 대형화.장기화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임금및 단체협상 시즌이 다가왔다.

    요즘들어 경기가 풀리는 조짐은 따지고보면 노사관계엔 악재다.

    노조측은 그동안의 희생을 보상하라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회사로써는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주문할 수 밖에 없다.

    정리해고돼 나간 사람들이 경영호전을 이유로 복직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경제사정이 조금 나아지자 마자 민간부문에서 파업과 충돌이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분명하다.

    한국경제 회생여부의 열쇄를 쥐고 있는 외국자본이 등을 돌릴 것이다.

    다시 환율과 주가가 곤두박질 친다면 그것이 바로 "제2의 경제위기"다.

    이번에 또 넘어지면 첫번째 위기 때와는 사정이 달라진다.

    상당히 오랫동안 회복하기 어려워 진다.

    외국인들의 불신이 극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로자의 날인 오늘은 "서로 한발씩 양보하자"는 구호를 되뇌일 수
    밖에 없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지만 역시 이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

    한두가지의 희망적인 통계가 여느 때와 달리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노사화합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수치다.

    외환위기 전인 97년 노사화합선언을 한 업체는 6백10개였다.

    98년에는 그 숫자가 1천6백80개로 급증했다.

    올해는 이미 4백개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노조가 임금삭감과 고용조정을 군말없이 수용했다.

    회사측은 기업의 사정을 있는 그대로 꺼내 고 노조와 협력해 위기를
    극복했다.

    생산성이 향상되고 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해 졌다.

    결국 회생단계에 접어든 한국의 기업들이 완전하게 기력을 되찾을지는
    노사관계의 향방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 전체도 마찬가지다.

    단국대 김태기 교수는 "새로운 노사문화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그것은 결코
    "엄벌"과 "투쟁"으로 만들어 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화"로 이루어야 진정한 "21세기형 노사문화"가 구축된다는 지적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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