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종합주가지수가 장중한때 800선을 넘자 증시과열 여부에 대한
시비가 거품확대를 경계하는 정책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당국이
증시과열을 걱정해 주식형 펀드감시 강화, 보유 은행지분 매각검토설 등을
흘리자 주가가 폭락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다. 우리는 이같은 정부 움직임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보며 이번 기회에 증시활황을 이끌어낸 배경인 금리.
통화정책에는 문제가 없는지 한번쯤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낙관적인 쪽에서는 막대한 유휴생산설비가 존재하고 공장가동률이 70%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현재의 주가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증시장세는 실물경기를 선행
하게 마련인데다, 투자위축에 따른 자금수요 부족으로 시중자금이 증시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가의 추가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신중론은 현재의 증시가 실적장세가 아닌 금융장세이며 기업들의
수익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을 걱정한다.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어차피 기업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운데다 그나마 기업수익성이 개선된
것도 자산매각에 따른 특별이익 및 저금리 덕분이기 때문에 현재의 증시장세
를 방치할 경우 자칫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결국 증시과열여부는
올하반기 이후 실물경제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에 따라 판가름날 것같다.

3월중 산업동향을 보면 생산증가율이 4년여만에 가장 높은 18.4%에 달하는
등 업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생산 출하 도소매판매 등이 모두 크게 증가
했으며, 제조업 가동률도 5%포인트 가량 올라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74.6%
를 기록했다. 특히 기계수주가 15.8%, 기계류 수입이 28.3%나 증가하는 등
설비투자가 호전될 조짐을 보인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비교시점인 지난해 경제활동이 극도로 침체돼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한데다 아직도 소비와 투자 등 총수요의 절대수준이 여전히 낮아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특히 과잉설비가 해소되지 않았고 실업
자수가 여전히 2백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투자 또는 소비주도의 경기회복
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유동적일수록 기업은 재무구조개선 및 구조조정에 힘쓰고 금융당국
은 금리.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먼저 기업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증시를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로 적극 활용해야 하겠다.

넘치는 시중유동성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당장 저금리
정책기조를 바꿔서는 안된다고 본다.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인데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부담이 엄청난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시중자금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