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빛은 수백마디 말을 대신한다.

때론 격정을, 때론 냉혹함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깊은 눈빛과 울림있는 목소리가 어우러진 선굵은 연기는 전광렬(40)을
SBS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상한가로 밀어올렸다.

"청춘의 덫"뿐만 아니다.

현재 출연중인 MBC일요드라마 "사랑밖에 난 몰라"나 주말연속극 "장미와
콩나물"도 모두 시청률 탑10을 점했다.

PC통신에선 "가장 멋진 남자"라며 아우성이고 CF섭외나 인터뷰 요청도 줄을
잇는다.

가히 최고의 전성기다.

79년 TBC 탤런트로 데뷔한지 꼭 20년만이다.

"인기라는 거... 참 불편하던데요. 얼마전 한 패션쇼에 갔을땝니다. 사람들
이 쇼는 뒤로하고 뭉게구름처럼 몰려드는 바람에 크게 당황했어요. 거리에
나서기가 겁난다는 인기인들의 말이 실감나더군요"

사실 그는 단숨에 떠오른 "행운아"가 아니다.

오랫동안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기자로서의 삶에 어려움을 느껴 사업에 손을 댔다가 깨끗이 망해본 적도
있다.

"굴하지 않고 노력했던 것이 발판이겠지요. 성실한 게 저의 장점입니다"

20년 연기생활동안 촬영 연습시간에 조차 단 한번도 늦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그의 "자랑"을 뒷받침한다.

전광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적이고 냉철한" 이미지도 자기 연마의
산물이다.

"내게 가장 어울리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푼수쪽에
가깝습니다. 많이 덜렁대고 적당히 유쾌하고"

그는 최근 새로운 변신에 도전했다.

SBS의 사회 고발프로그램 "추적! 사건과 사람"의 MC다.

처음 맡아보는 생방송 MC.

그것도 시사프로.

"추적~"의 새 진행자를 찾을때 PD6명 전원이 전광렬을 찍었다.

프로그램 성격과 딱 떨어지는 분위기에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최적이라는 평가였다.

그만큼 부담도 크다.

"떨리죠. 첫회땐 국장부터 PD까지 15명이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데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더라구요"

하지만 자신있다.

"정의구현같은 거창한 목표를 말하진 않아요. 어려운 사람들을 보듬어 안는
휴머니티의 장으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앤소니 홉킨스처럼 나이 들어서도 눈빛이 살아있는
연기를 하고 싶은데 아직 갈길이 멀지요"

마흔.

전광렬은 이제 새로운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