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 외환은행 중앙지역모점장 >

자연과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 빛과 함께 정열적으로 사는 사람들.

바로 필자가 캡틴으로 있는 "외환은행 사진부"의 활동 목표다.

지난 84년 출범했으니까 연륜도 제법 쌓은 편이다.

회원은 본.지점을 합해 1백여명에 육박한다.

우리는 매월 둘째 일요일 정기 모임을 갖는다.

그 중 한두번은 1박2일로 멀리 심산유곡을 찾아 촬영여행을 떠난다.

그밖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모델촬영대회가 있다.

또 저명 사진작가를 모시는 사진강좌, 야경 촬영대회 등 한해에 20회정도는
족히 모이는 듯 싶다.

그간 많은 곳을 다녀 봤다.

추위와 눈.비 등으로 고생한 경험도 적지 않다.

지난 96년 여름 강원도 정선으로 출사를 나갔을 때 일이다.

서울서 출발이 늦었던 탓에 하진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을 넘었다.

물어물어 산속길에 접어들었다.

이정표도 없다.

꼭 귀신이 나올 것만 같던 길을 가던 중 갑자기 노루 한마리가 튀어나와
파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여자회원은 말할 것 없고 남자회원들도 기겁을 하고는 섬뜩한 가슴으로
길을 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간 길을 계속 뱅뱅 돌고 있는 것이었다.

이구동성으로 "노루에게 홀렸다"를 연발하면서 불안에 떨며 헤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뜰녁이 되어서야 한 민박집을 발견하고는 아줌마를 깨워 여장을 푼 뒤
함께 먹던 라면과 소주의 맛이란..

그리고는 잠도 잊은 채 산에 올라 바라본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연신 찰칵대는 셔터음,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도저히 모를 게다.

외환은행 사진부는 두 가지를 추구한다.

첫째는 직장과 업무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어떤 회원중에는 본업과 동호회 활동의 우선순위를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출사를 위해 마치 은행을 다니는 듯한 열성파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늘 일이 먼저고 사진찍기는 취미활동임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는 녹색생명신탁을 판매하는 은행답게 자연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촬영하다가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리고 간 필름 포장지라도 보게 되면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사진인 전체가 욕 먹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얼른 줍는다.

사진은 정말 매력적인 취미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관심을 갖고 사진을 찍다 보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된다.

아울러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