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호근 <기업구조조정위원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빅딜이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은 그 계획이 확정
됐거나 계획에 따라 막 시작된 것이다. 실제 효과가 나타나려면 3-5년이
걸린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것인지 빅딜의 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판단
할지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 워크아웃기업중에도 자구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쓰러지는 곳이 있지 않겠느냐"
오호근 기업구조조정위원장(57)은 워크아웃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5대 그룹의 빅딜에도 간여하는등 구조조정을 가속시키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종합금융사장 출신으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요청을 받아 지난해
7월부터 구조조정위원장을 맡고있다.
은행장후보로도 오르내렸지만 맡은 일만 끝내면 "화백"(화려한 백수)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그를 만나봤다.
[ 만난 사람 = 고광철 금융팀장 gwang@ ]
-----------------------------------------------------------------------
-빅딜은 그 자체로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복투자를 막고 양적으로 세계적 우위에 서는 기업이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핵심은 선단식 경영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기업 하나가 좋아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빅딜이 재벌그룹의 선단식경영을 해체하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그룹 재무
구조개선에 얼마나 기여하느냐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돼야 할 것이다"
-반도체 정유업종 이외의 빅딜은 진전이 있나.
"삼성자동차 우주항공 발전설비 선박용엔진 철도차량 등은 아직 확실한
결론을 못내고 있다"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항공 철도차량 등 대부분이 공공부문이다.
이 부분의 빅딜에 관계된 기업들은 해당부분을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살려야
한다며 여러가지를 요청한다.
그러나 산업정책적 배려는 정부의 몫이 아닌가.
정부는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채권금융기관을 포함한 이해당사자에 의해 타결돼야 구조조정의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인가.
"정부는 원래 빅딜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라고 할 수 있다.
또 정부가 산업내 형평성, 산업간 형평성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도 있다"
-워크아웃기업들이 3~5년뒤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는데.
"6대이하 그룹이나 독립 대기업의 워크아웃 계획은 3~5년간에 걸친 것이다.
지금은 계획이 마무리됐을 뿐이다.
성공여부는 그때 가봐야 안다.
6대이하그룹의 워크아웃수준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
좀더 강도높게 구조조정을 하고 회생가능성이 확실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따라주지 못했다.
워크아웃기업 여신만 30조원이다.
그렇다고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적극 개입하기도 어렵다.
금융기관이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이 전쟁이나 비슷한 만큼 워크아웃중 쓰러질 곳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3-5년후 벌떼처럼 무너질 우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5대그룹 일부계열사에 대한 출자전환 얘기가 나오는데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가.
"5대그룹 출자전환은 사업성의 본질은 괜찮은데 너무 많이 벌려 부채만
늘린 기업을 채권금융기관이 출자전환을 통해 계열분리하고 자체회생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출자전환 그 자체를 목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회생가능성과 계열분리를 생각하면 된다.
그룹에선 가장 안될 것 같은 회사를 내놓고 출자전환하자고 하는 것같다.
그런 기업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이 출자전환에 응하겠느냐"
-대우그룹의 구조조정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우중 회장답게 파격적으로 나왔고 개념적으로도 잘 됐다고 본다.
그렇다고 3개월안에 그 계획을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우가 그런 과감한 전략 아래서 얼마만큼 이뤄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참을성있게 봐줘야 한다"
-대우자동차도 출자전환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김우중 회장은 지분때문에 염려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우자동차의 자본구조를 확실히 할 정도로 출자전환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루머와 추측이 맞아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신빙성을 높게 보지는 않는다"
-우리 기업들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빅딜협상을 할 때 나는 전권을 쥔 사람과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조그만한 일을 결정할 때마다 재가받아야 한다고 하면 협상하기 어렵지
않느냐"
-5대그룹 구조조정과정에서 손실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삼성자동차의 부채중 대우가 인수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삼성이 아이디어를 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도 일부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5대그룹의 경우엔 기업자체 역량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도덕적으로 생각해 보자.
금융기관은 삼성 이름을 보고 4조원가량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룹 총수도 못만나고 빌려준 금융기관의 책임은 없는가.
안 갚으면 이것 깨져도 좋으니까 다른 것 전부 회수하겠다고 나서는 은행도
없지 않았는가.
말도 안되는 결정을 한 은행이 책임지라고 하고 싶다.
삼성자동차에 대한 여신 4조원중 계열사보증이 있는 것은 1천2백억원뿐이다"
-워크아웃을 추가로 할만한 곳이 있다고 보는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워크아웃을 하는 기업은 원래 취지에 맞게 사업의 본질은 좋은데
외적 요인으로 갑자기 어려워진 곳일 것이다"
-그동안 은행장으로 거명돼 왔는데.
"의용소방대장을 잘 했다고 소방서 서장자리를 하나 넘기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정리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
됐거나 계획에 따라 막 시작된 것이다. 실제 효과가 나타나려면 3-5년이
걸린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것인지 빅딜의 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판단
할지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 워크아웃기업중에도 자구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쓰러지는 곳이 있지 않겠느냐"
오호근 기업구조조정위원장(57)은 워크아웃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5대 그룹의 빅딜에도 간여하는등 구조조정을 가속시키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종합금융사장 출신으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요청을 받아 지난해
7월부터 구조조정위원장을 맡고있다.
은행장후보로도 오르내렸지만 맡은 일만 끝내면 "화백"(화려한 백수)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그를 만나봤다.
[ 만난 사람 = 고광철 금융팀장 gwang@ ]
-----------------------------------------------------------------------
-빅딜은 그 자체로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복투자를 막고 양적으로 세계적 우위에 서는 기업이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핵심은 선단식 경영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기업 하나가 좋아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빅딜이 재벌그룹의 선단식경영을 해체하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그룹 재무
구조개선에 얼마나 기여하느냐 등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돼야 할 것이다"
-반도체 정유업종 이외의 빅딜은 진전이 있나.
"삼성자동차 우주항공 발전설비 선박용엔진 철도차량 등은 아직 확실한
결론을 못내고 있다"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항공 철도차량 등 대부분이 공공부문이다.
이 부분의 빅딜에 관계된 기업들은 해당부분을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살려야
한다며 여러가지를 요청한다.
그러나 산업정책적 배려는 정부의 몫이 아닌가.
정부는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채권금융기관을 포함한 이해당사자에 의해 타결돼야 구조조정의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인가.
"정부는 원래 빅딜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라고 할 수 있다.
또 정부가 산업내 형평성, 산업간 형평성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도 있다"
-워크아웃기업들이 3~5년뒤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는데.
"6대이하 그룹이나 독립 대기업의 워크아웃 계획은 3~5년간에 걸친 것이다.
지금은 계획이 마무리됐을 뿐이다.
성공여부는 그때 가봐야 안다.
6대이하그룹의 워크아웃수준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
좀더 강도높게 구조조정을 하고 회생가능성이 확실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따라주지 못했다.
워크아웃기업 여신만 30조원이다.
그렇다고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적극 개입하기도 어렵다.
금융기관이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이 전쟁이나 비슷한 만큼 워크아웃중 쓰러질 곳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3-5년후 벌떼처럼 무너질 우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5대그룹 일부계열사에 대한 출자전환 얘기가 나오는데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가.
"5대그룹 출자전환은 사업성의 본질은 괜찮은데 너무 많이 벌려 부채만
늘린 기업을 채권금융기관이 출자전환을 통해 계열분리하고 자체회생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출자전환 그 자체를 목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회생가능성과 계열분리를 생각하면 된다.
그룹에선 가장 안될 것 같은 회사를 내놓고 출자전환하자고 하는 것같다.
그런 기업에 대해 채권금융기관이 출자전환에 응하겠느냐"
-대우그룹의 구조조정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우중 회장답게 파격적으로 나왔고 개념적으로도 잘 됐다고 본다.
그렇다고 3개월안에 그 계획을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우가 그런 과감한 전략 아래서 얼마만큼 이뤄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참을성있게 봐줘야 한다"
-대우자동차도 출자전환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김우중 회장은 지분때문에 염려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우자동차의 자본구조를 확실히 할 정도로 출자전환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루머와 추측이 맞아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신빙성을 높게 보지는 않는다"
-우리 기업들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빅딜협상을 할 때 나는 전권을 쥔 사람과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조그만한 일을 결정할 때마다 재가받아야 한다고 하면 협상하기 어렵지
않느냐"
-5대그룹 구조조정과정에서 손실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삼성자동차의 부채중 대우가 인수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삼성이 아이디어를 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도 일부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5대그룹의 경우엔 기업자체 역량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도덕적으로 생각해 보자.
금융기관은 삼성 이름을 보고 4조원가량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룹 총수도 못만나고 빌려준 금융기관의 책임은 없는가.
안 갚으면 이것 깨져도 좋으니까 다른 것 전부 회수하겠다고 나서는 은행도
없지 않았는가.
말도 안되는 결정을 한 은행이 책임지라고 하고 싶다.
삼성자동차에 대한 여신 4조원중 계열사보증이 있는 것은 1천2백억원뿐이다"
-워크아웃을 추가로 할만한 곳이 있다고 보는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워크아웃을 하는 기업은 원래 취지에 맞게 사업의 본질은 좋은데
외적 요인으로 갑자기 어려워진 곳일 것이다"
-그동안 은행장으로 거명돼 왔는데.
"의용소방대장을 잘 했다고 소방서 서장자리를 하나 넘기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정리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