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품 제작업체들이 일본에서 뜨고 있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적 형태를 띤 테스트제품으로 만들어주는 신종사업
이다.

이같은 분야가 뜨는 것은 산업계의 다품종 소량생산이란 추세 때문이다.

양산업체들이 다품종을 지향하면서 개발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한번 삐걱하면 수 천만원 날리는 게 남의 일이 아니다.

시제품업체들은 이같은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떠안으며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지난달 도쿄증권거래소 2부시장에 상장된 쿄덴.장외시장에 공개된 지 불과
일년만에 정식 상장된 프린트기판 부문의 시제품 전문제작업체다.

가나가와지역에 있는 이 회사 공장의 자랑거리는 2대의 마그네슘합금용
사출성형기계.

마그네슘으로 성형을 하면 가볍고 튼튼한 시제품이 나오게 된다.

가볍고 튼튼한 프린트기판을 만들 수있다는 것은 곧 노트북PC나 휴대용
정보단말기 시장에서 한발 앞서가는 선도제품을 제작할 수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객으로부터 배선도를 받게 되면 36시간이내에 기판을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이같은 초스피트제작은 상장업체들을 포함, 3천6백개사에 이르는 고객을
확보하게 만들었다.

설계와 시제품제작을 겸하고 있는 도쿄소재의 인크스도 이 분야에서
주목받는 벤처기업이다.

단순히 금형메이커라고 얘기하면 기름때에 찌든 공장이 떠오르지만 이 회사
의 공장은 이런 고정관념을 깬다.

CAD(컴퓨터설계) 시스템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시제품가공을 위한 프로그램
으로 만들어진다.

프로그램은 곧바로 통신회선을 타고 금형공장의 공작기계들로 전송된다.

사람손이 필요한 것은 오로지 금형재료를 세팅해주는 작업뿐이며 절삭에서
표면마무리까지 전자동이다.

이 회사에서는 금형재료세팅을 아르바이트사원이 담당한다.

금형공장하면 떠오르는 숙련공이 아르바이트사원으로 대체된 것이다.

종이설계도를 없앤 CAD시스템은 관련데이터를 집대성해 이 회사가 독자적
으로 개발했다.

레이저광선을 특수 수지에 쏘아 시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0.1mm 단위의
정밀도를 다투는 시제품까지도 거뜬히 제작한다.

주로 자동차부품업체를 중심으로 7천여개의 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매출과 이익은 한해 50%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백10억엔, 경상이익 2억2천만엔을 올린 쿄덴은 4년내에 매출
1천억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크스는 3년새에 매출이 4배로 늘어나 지난해 30억엔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매출.이익증가는 두번째 문제다.

단순한 하청관계에서 벗어나 양산업체의 대등한 파트너가 됐다는 점이야
말로 이들의 자랑거리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