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선물거래인들은 1백50년의 선물시장 역사보다 그동안 결제불이행
사건이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시카고 선물시장에서는 거래가 중단되지 않았다.
지난 95년 싱가포르 선물시장을 뒤흔든 베어링은행 파산사건이나 작년
런던시장을 강타한 그린핀트레이딩 도산 같은 대형사고가 시카고에서는
일어난 적이 없다"(레오 멜라메드 CME 명예이사장 겸 사쿠라델셔 회장)

그만큼 거래시스템이 완벽하고 투자자보호에 철저하다는 얘기다.

한국의 기자를 맞은 시카고 선물시장 종사자들의 질문도 투자자보호 시스템
에 집중됐다.

"한국의 리스크 관리상황은 어떠냐"

"한국 선물시장의 발전가능성은 매우 크지만 아직 감독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도 선물시장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완벽한 거래시스템과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어야 한다"(마이크 홀더 CBOT 전략팀장)

시카고 선물시장은 정부기관인 선물감독위원회(CFTC)의 직접규제와 미국
선물협회(NFA)의 자율규제, 거래소 단위의 자체감시 등 3중의 투자자보호 및
감시장치를 갖추고 있다.

CFTC가 NFA와 각 거래소를 직접 통제한다.

CFTC는 불공정 행위를 한 선물거래소나 투자들에 대해 사법조치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불공정 행위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경고 영업정지 영업취소 사법처리 등
적절한 징계조치를 내린다.

NFA와 거래소는 선물중개회사 선물투신사 선물투자자문사 선물중개인 주요
선물펀드 등의 불공정 거래를 체크한다.

"매일 저녁 각 거래소로부터 전체 투자자들의 매매동향이 컴퓨터로 전송
되면 컴퓨터 감시시스템이 시장의 이상기류를 감지해 낸다"(데이비드 카스
CFTC 시카고지부 시장감독국장)

데이비드 국장은 지난 79년에 발생한 "헌트형제 사건"을 투자자보호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헌트형제는 당시 선물시장에서 대량의 은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은 선물의 만기가 돌아오자 선물가격을 높이기 위해 현물시장에서 은을
대량으로 사들여 은가격을 띄웠다.

은 가격의 이상급등은 곧바로 컴퓨터 감시시스템에 체크됐으며 이를 수상히
여긴 CFTC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헌트형제의 가격조작을 밝혀낸 CFTC는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시에 반대매매를 하도록 조치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갑부였던 헌트형제는 강제 반대매매에 따른 손실로 결국
파산했다.

감시 감독의 대상은 이상거래만이 아니다.

중개인들을 비롯 선물회사의 건전성에 대해서도 점검을 받는다.

CFTC는 선물회사의 결제능력 부족에 따른 투자자 피해나 창구사고를 막기
위해 선물회사의 신용에 대해서도 수시로 체크한다.

선물회사들이 고객의 돈을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지, 고객의 결제에 응할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보유하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한다.

선물협회는 선물중개인들의 경우엔 FBI(미국연방수사국)에 신원조회를 의뢰,
사고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아예 거래자격을 주지 않는다.

중개인 자격결정권은 선물협회가 갖고 있다.

선물거래소들은 자체 회원의 매매동향뿐 아니라 미국내 12개 선물거래소와
자료를 교환해 투자기관별 현황을 파악한다.

"교차감시를 통해 투자기관이 과도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매일 체크
하기 때문에 시카고에서는 거래관련 사고가 절대 일어날 수가 없다"(CME
리스크관리 애널리스트 유태석씨)

< 시카고=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