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넷스케이프 아마존 어도비시스템즈 등 세계적 명성의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한 "H&Q".

이 미국 투자은행의 아.태 담당 법인 H&Q아시아퍼시픽의 타린슈 회장이
이번 아시안 벤처포럼에 참석차 내한했다.

지난해말 쌍용증권을 인수해 관심을 모았던 슈 회장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아시아 하이테크벤처 산업계의 개척자로 꼽힌다.

실리콘밸리 이후 가장 성공적인 하이테크단지로 꼽히는 대만 신죽과학공업
원구의 창건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하이테크벤처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최근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50인의 아시아지도자"에 오르기도 했다.

대만대에서 물리학,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전자공학(박사)을 공부했고
12년간 IBM 연구소에서 대용량저장시스템을 연구한 엔지니어출신의 경영자다.

타린 슈 회장과 김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이번 아시안 벤처포럼을
결산하면서 한국 벤처산업 발전방향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대담내용.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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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준 회장 =이번 아시안벤처포럼은 사실 어렵게 마련됐습니다.

아시겠지만 3년전 싱가포르에서 벤처포럼 행사가 열렸을 때 한국벤처캐피탈
협회측이 다음 대회는 한국에서 개최할 것을 처음으로 제의했지요.

그후 한국에서 개최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열기로
일정까지 잡았는데 IMF(국제통화기금)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지요.

다행히 해외 기업들이 한국투자에 관심이 많을 때 열려 기대 이상으로
성황을 이룬 것 같습니다.

<> 타린슈 회장 =이번 행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군요.

한국의 달라진 모습을 생생히 볼수 있었으니까요.

몇년전부터 홍콩 대만 미국계 투자가들이 투자 대상국으로서 한국에 관심을
가져 왔지만 벤처캐피털에 대해선 일본식 정도로만 이해해온 것이 사실
입니다.

은행과 같이 기업에 돈 빌려 주는 것이 주업무인 것처럼 비춰졌던 게지요.

그런데 최근 1년여 사이에 완전히 바뀌었군요.

한국정부가 각종 규제를 거의 풀었고 벤처캐피털도 지분참여 방식의 순수
투자에 열심인 것으로 압니다.

벤처캐피털의 새로운 토양이 갖춰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 김 회장 =맞습니다.

벤처산업을 정부 주도로 이끌어가는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업계는 정부가 각종 창업투자 관련 규제들을 풀면서 벤처 분위기를 조성
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습니다.

한국의 당면과제중 하나인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산업구조를 재편키 위해
정부는 벤처산업을 적극 지원 육성해 가고 있습니다.

<> 슈 회장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과 실업문제는 결국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함으로써 해결할수 있는 거라고 봐요.

미국의 예에서 보듯 바로 벤처비즈니스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모험을 좋아하는 한국 국민성을 고려할 때 벤처비즈니스는 현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된다고 봐요.

<> 김 회장 =예.

벤처비즈니스 육성과 함께 외자유치가 관건이지요.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국가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외환위기를 완전히 떨어버리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번 아시안벤처포럼이 해외투자가들의 한국투자에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군요.

<> 슈 회장 =그런 점에서는 우리 회사가 한 몫을 했네요.

지난해 7월 한국지사(H&QAP코리아) 설립 직후 쌍용증권 인수작업에 착수해
12월 투자를 완료했지요.

당시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해 대부분 외국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국 거시경제를 확신하고 최초로 한국의 금융기관에 직접 투자한 겁니다.

이후 소로스의 서울증권 투자, 프루덴셜의 한진증권 투자 등 유사한 투자가
잇따랐지요.

<> 김 회장 =H&Q가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저도 듣고 있습니다.

대형 펀드의 자금지원은 성장단계에 있는 중소.벤처기업이나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우량 중견기업 등에 특히 필요합니다.

한국내 벤처기업은 현재 2천6백여개에서 내년에는 곱절이상으로 늘어나리라
봅니다.

특히 올해부터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코스닥시장에
등록할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습니다.

투자 적기라는 말입니다.

<> 슈 회장 =저도 공감해요.

그래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내 60여개 기업을 검토했고 다시 20여건으로 압축했습니다.

이중 5~6건은 멀지않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투자자금도 적지않습니다.

한국지사에서 IFC(국제금융공사)와 함께 1억3천만달러의 한국전용투자펀드를
조성했어요.

아시아지역 투자펀드에서도 2~3억달러의 자금을 한국에 투자토록 할 예정
입니다.

현재 진성투자 펀드로는 아시아 최대규모인 10억달러 펀드를 조성중이며
연말께는 완료될 것 같습니다.

<> 김 회장 =고무적인 얘기군요.

어떤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나요.

<> 슈 회장 =IT(정보기술) 등 하이테크 벤처기업이 첫째 대상입니다.

다음으로 구조조정중인 중견기업, 매각 추진중인 대기업 계열사, 민영화
대상기업 등이지요.

한국에 투자할만한 하이테크 기업들이 예상외로 많더군요.

<> 김 회장 =운용 펀드규모가 한화로 2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은 벤처기업들까지 소홀하지 않고 투자를 한다니 놀랍군요.

<> 슈 회장 =외람된 얘기지만 우리 회사(H&Q아시아패시픽의 모기업인 미국
H&Q사)는 31년전부터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실리콘밸리의 많은
하이테크 벤처기업들을 발굴 육성해 이름을 날렸습니다.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보다는 작고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하이테크 투자에서는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H&Q가 발행하는 리서치페이퍼는 하이테크 관계자들의 필독물이지요.

<> 김 회장 =해외기업이 한국내에 단독으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한국 투자회사와 제휴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한국 벤처캐피털업계도 선진 투자기법을 보유한 해외 투자회사와 적극
제휴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LG창업투자의 경우만 해도 투자기업에 대한 사후관리
및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연대투자(Co-invest)에 적극 나설 방침이지요.

가용 펀드자금의 20% 정도는 홍콩 미국 등 해외 벤처캐피털과 공동 투자
하는데 쓸 계획입니다.

<> 슈 회장 =물론 필요에 따라선 한국 투자회사와 협력해야겠지요.

현재로서는 금융 경험이 풍부한 두 한국인 파트너(이재우.고필재 지사장)가
잘 해내고 있어요.

한국 기업인들의 생각도 점차 선진화돼 가고 있어 일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구요.

특히 한국 벤처기업인들 중에는 기업을 영원히 소유하겠다는 생각에서 점차
자유로와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김 회장 =아무쪼록 이번 한국 벤처캐피털업계와의 만남이 상호 협력을
증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슈 회장 =서울에서 또 아시안벤처포럼이 열릴 때는 기관투자가들도 함께
방한해 한국 기업관계자들과 실질적인 투자협의도 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이번 행사에 무게를 실어준 한국경제신문사에도 감사드립니다.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