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파트는 내부혁명중이다.

공간구조가 개성화되고 건강을 고려한 마감재들이 속속 등장한다.

컬러가 가미되면서 색상도 화려해진다.

주택시장이 공급자중심에서 수요자중심으로 이동되는 추세도 이런 변화를
빠르게 만든다.

요즘 분양아파트에 사람들이 구름떼 몰리는 것에서 보듯 "혁명"은 성공적
이다.

혁명의 최전선에는 건설업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있다.

SK건설 주택사업팀의 안소미 대리(28)도 그중 하나다.

젊은 그의 감각이 닿지 않은 "SK아파트"는 하나도 없을 정도다.

"사람들이 좋은 공간에서 살수 있도록 하는 일이어서 보람을 느낀다"는
그를 서울 종로구 관훈동 SK건설 본사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란 직종이 다소 생소한데요.

"주택의 내부공간, 즉 사람이 사는 공간을 기획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실내건축가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방의 구조 크기는 물론 가구에서 손잡이까지 모든 마감재를 디자인 하는
일입니다.

기본설계부터 참여하지요.

커튼이나 리본장식등 실내를 장식하는 데코레이션과는 다릅니다"

-최근의 흐름은 어떤지요.

"과거엔 인테리어 디자인이란 개념조차 없었지요.

그저 튼튼한 집이 제일이었고 색상도 흰색이나 회색같이 무난하고 점잖은
색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색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관심이
소재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잘 된 인테리어 디자인은 어떤 것입니까.

"선진국에서는 옷과 주택인테리어의 유행이 같습니다.

둘 다 사회문화적 흐름을 타는 것이니까요.

최근엔 우리도 유행흐름이 거의 비슷해 지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커튼에 실버나 크롬색상을 입히는 메탈광택이 강조되는데 이것은
여자들이 반짝이는 화장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결국 잘 된 인테리어는 사람의 취향, 옷차림새와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입니다"

-소재에 대한 관심은 어느쪽입니까.

"한마디로 자연주의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과거엔 플라스틱이나 비닐등 인조물들이 인기였으나 이젠 달라졌지요.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황토방이나 원목마루재등이 인기입니다.

다른 디자인도 여기에 맞추는 추세지요.

일반 아파트도 소재사용은 고급빌라수준입니다"

-아파트내부의 중점공간도 많이 변하고 있는데..

"그동안 주방공간이 관심이었지요.

그러나 요즘엔 욕실공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욕실의 개념이 목욕만 하는 곳에서 휴식공간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규모가 커지고 샤워부스 사우나등이 설치되며 욕조에서 화장도 하고 음악도
들을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형" 아파트란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두가지 요인때문입니다.

IMF이후 우리나라에서 "전통"이 강조되는 것이 하나지요.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디자인추세입니다.

세기말들어 오리엔탈리즘(동양사상)이 부각되고 있지요.

우연인지 모르지만 이 두가지가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서양적 미래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결합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이런 추세는 앞으로 상당히 두드러질 겁니다"

-새로운 디자인은 어떻게 개발합니까.

"수요자조사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2~3년을 앞선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입주때의 유행을 예상하는 것입니다.

이를위해 미술전시회도 많이 다니고 사회문화의 흐름을 정확히 알려고
애씁니다.

외국에서 열리는 각종 주택전시회도 참석해 세계적인 흐름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모델하우스(견본주택)를 찾아가면 모두 비슷비슷합니다.

"첫 눈에 예쁜 것을 골라서는 곤란합니다.

모델하우스는 모든 것을 세트화하고 좋은 자재를 쓰기때문에 대부분 예쁘게
보이지요.

그러나 유행은 금방 바뀝니다.

2~3년뒤 입주할때의 유행을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살면서 편안하게 느낄수 있는 집이 가장 좋고요"

-2~3년뒤를 생각한다면 뭘 따져봐야 하나요.

"색상등 외형적인 모양보다 내구성등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라는 얘기지요.

예쁜 것만 찾으면 위험이 있을 수 있어요.

예쁘게 만들려면 때가 잘끼고 쉽게 고장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모델하우스에서 어떤 것을 체크해야 합니까.

"우선 공간의 크기가 적정한지를 살펴야 합니다.

치수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라는 말이지요.

모델하우스는 꾸며놓기에 따라 넓게 보이기도 좁게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여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엔 고정된 가구들이 기능적으로 우수한지 따지는 것이지요.

전기 조명설비등을 항목별로 비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요즘 아파트들이 너무 외양에만 치우친다는 지적도 있는데.

"조금 지나친 면도 있어요.

경쟁이 심하다보니 그럴수밖에 없겠지요.

그럴수록 수요자들은 모델하우스에 있는 장식(데코레이션)에 속지말고
전체적인 디자인의 세련미를 따지는게 중요합니다"

-주부들의 선택기준도 점점 까다로워 지겠네요.

"옛날엔 주부들이 갖춰야할 제일의 덕목으로 음식솜씨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인테리어 감각을 꼽는 답니다.

주부들의 수준이 높아져 일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일이 힘들지는 않습니까.

"원래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공부(연세대 주거환경학과, 연세대학원 건축공학과)도 계속 이쪽으로
했지요.

그래선지 일도 신나요.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밤샐 때가 많은데 현장 아저씨들과 일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처음엔 거칠게 대하던 아저씨들도 나중에는 친절해집니다.

참좋으신 분들이고 그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웁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