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의 행보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IMF이후 1백80도 변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독특한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파트를 대충 지어 분양하던 것은 옛말.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평면개발과 함께 참신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남보다 달라야 이긴다"를 모토로 치열한 차별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요즘 주택건설업계의 풍속도다.

이같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곳은 아파트 분양시장.

수요자 위주로 바뀐 환경에서 튀기 위해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싸거나 비슷하게 책정하는 것은 보통이고 새로운 평면과 마감재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층별 분양가 차등제, 중도금 전액융자제 도입은 이제 일반화됐다.

품질은 기본이고 참신하고 실속있는 부대서비스를 개발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초청한 노래자랑대회나 부동산 투자설명회 등은 지난해
업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있다.

이젠 견본주택을 오픈할때 다양한 상품들이 경품으로 등장하는게 낯설지
않다.

세탁기 라디오 TV 등 가전제품에서 자동차 아파트로까지 금액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경품 제공은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중소업체들이 주로 했으나 이후
대형업체들이 가세,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고객을 지루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자사 아파트 선호도를 높이겠다는 전략
이다.

미분양아파트 구입조건은 한층 파격적이다.

중도금 전액을 연리 8.5%의 확정금리로 융자알선하고 1백만원만 내면
동.호수를 지정하도록 배려하고 있다(인천 용현동 대우아파트).

선납땐 아파트값을 25%나 깎아 주고 이사비용까지 지급하기도 한다(시흥
연성지구 동아아파트).

특히 입주를 앞두고 있는 아파트엔 임대사업용으로 1억원이상을 대출알선해
주고 세입자를 구해 주기도 한다.

소량다품종의 공급방식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안목치수 적용이 의무화된 지난해 10월이후 동일한 평형에도 다양한 평면들
을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1층과 꼭대기층에 다락방과 지하창고를 설치(구리토평
지구 삼성아파트)하는가 하면 방 3개와 거실을 일렬로 배치하는 4베이 평면
(수원 권선3지구 대림아파트)도 등장했다.

주방과 베란다 다용도실 등 공용공간과 자녀방을 넓혀 실용성을 대폭
강조한 느낌이다.

광통신망을 활용한 첨단아파트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건설 쌍용건설 부영 등은 최근 한국통신과 광통신망 시설제공 협약을
체결, 건립중인 아파트단지에 광케이블을 설치할 예정이다.

광통신망은 음질이 깨끗하고 전송속도가 빠른게 장점.

입주자들은 광통신망을 통해 일반전화는 물론 인터넷 화상통신 홈쇼핑 등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 혜택을 받을수 있다.

실질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다른 주택건설업체들도 무인경비시스템 CCTV 위성수신시스템 등을 활용해
방범 안전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주택 업체들의 첨단시스템 설치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영층의 관심도 남달라졌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최근 현대건설이 분양중인 김포 장기동 견본주택과
현장을 찾았다.

고객이 만족할수 있도록 최고 품질의 아파트를 지으라는 당부와 함께.

정 명예회장의 방문이 아파트 청약률을 높이는데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파주 견본주택을 들러 관계자들
을 격려했다.

대기업 오너들이 아파트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중소형업체 오너들의 경우 아예 현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땅 구입에서 공사를 완료할때까지 세심히 신경을 쓴다.

지난해 대형업체들의 틈바구니에서 분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신한종합건설 우경선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1년여에 걸친 준비 끝에 분양가와 평면을 선보였다.

고객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며 양호한 판매실적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신한이 지난해 중소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다.

일부 업체들은 전원주택 분야로 속속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영세업자들에 비해 탄탄한 자금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각종 위락시설을
갖춘 대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대림산업 계열 대림흥산은 경기도 안성시 공도면일대 대림동산내 6만여평에
국내 최대규모의 전원주택단지를 계획중이다.

이곳엔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 1천5백여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삼성에버랜드도 용인에 서구식 건축기법을 적용하는 고급 전원주택단지
"푸르메마을" 건립을 추진중이다.

이밖에 금호건설은 건축주의 요구대로 설계와 시공을 해주는 주문형주택
방식으로 전원주택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 건설을 위해 말뚝만 박으면 수요자들이 몰려들어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편안한 경영을 해오던 건설업체들이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IMF 한파로 냉혹해진 시장환경에서 팔 다리를 자르면서까지 살아남은
건설업체들이 국내산업의 재도약을 선도하는 효자로 다시 우뚝 설지가
주목된다.

< 유대형 기자 yoo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