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공항산업의 황선건(42) 사장은 과거의 틀을 깨는 사람이다.

외국기업이 선점한 탓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온 항공기용 급유차 시장에
뛰어들어 국내 처음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이 그렇다.

항공기용 급유차는 분당 6백갤론의 고속으로 연료를 주입한다.

따라서 정전기 방지등 안전기능이 필수적이다.

자동차와 항공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탓에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 일본 독일 영국등 6개국에서만 생산한다.

1백여종에 이르는 공항 지상조업장비(GSE)의 꽃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
이다.

국산 항공기용 급유차의 해외 진출은 몽골에서 시작된다.

올 하반기 몽골의 울란바토르 공항에 가면 가나공항산업의 영문 명패(CANA)
가 부착된 항공기용 급유차를 볼 수 있게 된다.

이 회사가 영국 및 일본업체와의 경쟁을 뚫고 항공기용 급유차를 비롯
기내식 운반차등 1백20만달러어치의 지상조업장비를 수주한 것.

항공기용 급유차를 통째로 이 회사가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특장차 전문업체처럼 상용차의 뼈대(섀시)를 자동차 회사에서 납품
받고 이 위에 독자개발한 급유 시스템을 탑재한다.

가나의 시스템은 가격이 외산의 75%(5천갤론 기준)수준인데다 최근 신기술
(NT)마크를 받는등 안전성도 입증됐다.

급유시스템의 일부를 납품받는 외국기업과 달리 차의 뼈대를 뺀 일체의
시스템을 자체개발한 덕에 하자 발생이 적은 것도 가나 시스템의 장점이다.

연료탱크에 파이프를 연결, 대형 항공기에 급유하는 하이드런트 디스펜서도
개발했다.

"96년 2월의 싱가포르 에어쇼를 잊지 못할 겁니다"

황 사장은 당시 나흘간 싱가포르 호텔에 묵으면서 평생사업을 설계했다고
회고했다.

공중급유기와 항공기 보조연료탱크등을 보면서 "내 일생동안 할일은 바로
저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해 여름 도쿄 모터쇼 관람이 그의 결심을 굳혔다.

지상조업장비를 생산하는 특장차 업체와 자동차 업체가 분화된 일본 업계를
보고 가능성을 본 것.

황 사장이 국내 처음으로 항공기용 급유차를 상용화한 때는 개발 이듬해인
지난 97년.

국내 시장을 석권한 미국 업체를 따돌리고 아시아나항공의 보잉777용을
수주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믿고 사준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뒤늦게나마 이 급유차에 대해선 평생 애프터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보증기간이 1년인 관례를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그러나 상용화한지 두 달도 안돼 몰아닥친 IMF(국제통화기금)한파는 황
사장의 갈 길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그는 특유의 뚝심으로 국방부 조달본부에 등록하는등 어려움을 극복했다.

내수 시장이 실종되다시피한 상황에서도 30여대를 공급했다.

올들어선 몽골 진출로 수출 신호탄까지 쏘아 올렸다.

지난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고 주문을 낸 아프리카 가나의 한
바이어와 가격을 협의중이다.

영종도 신공항에도 납품을 추진중이다.

"3년내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겠다"는게 그의 포부다.

가나는 항공기용 급유차뿐 아니라 현금확보( Cash Cow )차원에서 시작한
다른 특장차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월 금강산 개발현장에 먹는 물을 제공하고 동시에 소방까지 가능한
다목적 살수차를 공급한데 이어 최근엔 이라크 바그다드 시청에 12대의
다목적 살수차를 수출했다.

아프리카 에르트리아의 디젤발전소용으로 탱크트레일러를 납품하는 협상도
진행중이다.

바레인의 한 파이낸스사는 리보금리로 돈을 줄테니 제발 써달라는 제의까지
해놓은 상태다.

올해 매출이 작년의 5배인 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수출증대
덕이다.

96년 2억8천만원에 불과한 이 회사 외형은 불황속에서도 97년 9억원, 98년
10억원으로 꾸준히 커왔다.

(032)678-6655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