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갈곳을 찾지 못해 대기자금화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말할수는 없다. 자금수급이 안정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칫 실물경제와는
동떨어진 투기자금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도(본지 1일자 1면)에 따르면 최근의 시중 여유자금은 일단 은행으로
모여들고 있지만 대부분 1년미만의 단기성 예금에 집중돼 대기성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고수익을
보장할만한 새로운 투자대상이 나타나지 않아 확정금리가 보장되는 은행
예금에 일단 맡겨놓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된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금융권의 고금리상품이 등장하거나 주식 또는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일 경우 언제든지 자금이 은행을 이탈할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시중자금동향이 우려할 정도로 불안한 상태인가에 대해
좀더 신중히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
으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금리인하 행진은 소망스런 현상이 아닐수
없다. 오히려 금리하락이 좀더 진행돼 저금리 기조가 정착될수 있도록
금융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자금흐름을 걱정스럽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한다. 또 대기성 자금이 은행권을 이탈하더라도 주식 또는 채권시장으로
이동한다면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산업자금 공급의 활성화 측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부동산투기등에 자금이 몰리지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건축경기 또는 실수요자들의 주택거래가 활발히 이뤄질수 있는
정도의 충분한 자금이 공급돼야 하지만 주택전매에 따른 프리미엄이 상승할
정도로 시장을 과열시킬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국세청이 1일부터 소위 "떴다방"으로 불리는 임시복덕방을 집중단속
키로 한 것도 그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볼수 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점에 유의하면서 최근의 자금흐름을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책당국이 인위적으로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해 자금을 배분하거나
금리를 조작하는 등의 규제조치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의
금리하락 추세를 저해할만한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일과 대기성 자금의
투기자금화를 예방하는 대책을 세우는 것은 정책당국이 해야할 일이다. 특히
자금흐름이 실물경제를 자극해 생산을 부추기는 역할을 극대화하는 여러가지
유인시책을 폭넓게 강구해야 한다.

금융기관들도 예금금리만 내릴 것이 아니라 대출금리를 함께 낮춤으로써
금리하락이 기업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금흐름의 건전화를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금융기관과 기업이 함께 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