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상거래와 관련, 연대보증을 세울때는 인감 등 관련서류 뿐만 아니라
반드시 당사자의 의사 등 확인절차를 거쳐야만 효력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제11민사부(재판장 박송하 부장판사)는 29일 지모씨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연대보증인으로 세워졌다"며 H자동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연대보증책임을 보증자에게 묻지 않고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
기업에 물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회사의 규모및 업무성격과 이 사건의 채무액
정도를 고려할때 마땅히 보증인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다른 방법으로라도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주채무자가 제시한 인감 등
관련서류만을 확인한 뒤 체결한 연대보증약정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주채무자 이씨가 보증을 세운 지씨와 친족 등 특별한 관계에
있지 않은 데다 연대보증으로 대가를 주고받은 사실도 없는 만큼 이 사건
연대보증은 무효"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지씨가 관련서류를 모두 2통씩 주는 실수를 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피고 회사가 지씨의 연대보증의사를 직접 확인했어야
했다"고 판결, 책임의 전부를 회사측으로 돌렸다.

지씨는 지난 97년 아들이 덤프트럭 한대를 할부로 구입할때 연대보증을
섰다.

지씨는 당시 트럭을 대신 사주기로 한 아들 친구 이모(29)씨의 요구로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8통, 과세증명서 4통 등 필요한 서류의 2배를
건네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씨는 거래후 남은 서류를 폐기했다고 속이고 지씨를 연대보증인으로 해
피고회사가 판매하는 1억5천만원짜리 굴삭기 1대를 구입했다.

지씨는 지난해 3월 보유 부동산이 갑자기 강제경매에 부쳐지자 뒤늦게
연대보증인으로 세워진 사실을 알게 됐다.

지씨는 지난해 10월 "굴삭기 구입에 연대보증을 선 적이 없다"며 수원지방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해 항소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