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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여름 석달을 제네바의 ILO(국제노동기구)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 당시 유럽의 정서는 고실업 저성장 재정적자 등에 시달리는 유럽 전후
체제를 개조해야한다는 중압감이 팽배해 있었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미국식 자본주의 방식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96년 ILO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도 유럽의 실업
문제를 미국식 시장경제체제의 해법으로는 풀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 여름 곳곳에서 만난 많은 유럽의 학자들의 입장도 새로운 길로서의
"제3의 길"에 대한 강한 지향성을 나타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영 불 독등 유럽 3대국에서 보수당 정권이 집권하고
있었다.

그 이후 이들 나라가 사회당 정권으로 선회했으며 각 국에서 논의되는
정책논점들도 모두 "제3의 길"을 찾는 고뇌의 연속으로 보인다.

한국에도 번역 소개된 안토니 기든스의 "제3의 길"에서 엮어내듯이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체제의 한계와 더불어 정부와 시장체제의 적합한 조화가
사회발전의 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가 나라마다 상이한
역사적 전통속에서 구체적인 해법으로 상이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모양
이다.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은 대륙의 사회당 정부에게는 거북하기 짝이 없고
작년말 집권한 독일의 슈뢰더 정부 역시 최근 좌파 재무상 라퐁텐을 내모는
데서 보이듯이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역력하다.

IMF관리체제 이후 우리에게도 단기적인 정책대안에서부터 체제에 관한 근본
논리에 이르기까지 시장과 정부의 적절한 조화를 찾아내는 새로운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다.

특히 지난 40년간 우리의 선생노릇을 해왔던 일본의 체제가 붕괴직전까지
이르게 된 오늘에 있어 해법을 찾는 많은 이들이 더욱 큰 혼란을 겪는 듯
하다.

일부 정책들은 영미식 신자유주 노선의 시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느낌이며
일부 정책들은 사회통합의 시각이 강조되고 있다.

새로운 세기를 맞는 지구촌의 식자들이 더욱 분발해야할 때인 모양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