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두가지 퍼팅 사례는 정반대의 교훈을 던져 준다.

<> Q씨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라이벌전을 앞두고 퍼팅이 너무 안됐기 때문.

특히 1~2m 쇼트퍼팅에 자신감이 전혀 없었다.

라운드전 연습그린에선 걱정이 더 커졌다.

승부는 퍼팅인데 1m짜리 연습퍼팅도 좌우로 계속 빠지니 어떻게 상대를
이기겠는가.

Q는 생각을 굳혔다.

"오늘은 버디는 커녕 1m앞에만 서면 벌벌 떨게 될 것 같다. 그러니 정말
조심스럽게 치자. 원퍼트는 아예 꿈도 꾸지말자. 붙기만 하면 다행이다"

시련은 첫홀부터 다가왔다.

온은 됐지만 거리는 무려 12m.

그런데 그 퍼팅이 "기브 거리"로 붙었다.

조심하자는 다짐이 아마도 거리에 대한 집중으로 연결된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날 Q의 퍼팅은 성공적. 3퍼팅은 한번뿐이었고 4m 버디퍼팅도
하나가 떨어졌으니까.

<> 그런가 하면 파온후 버디찬스에서 트리플보기를 하는 퍼팅도 있다.

무려 5퍼팅을 한 것으로 얼마전 실제 목격했다.

파온된 볼은 홀을 8m쯤 지나쳐 멈췄다.

첫퍼팅 라인은 약간 내리막.

볼을 쳤을때도 그 볼은 홀근처 어디엔가 설것 같았다.

그러나 슬금 슬금 계속 내려가던 볼은 홀을 무려 10m나 지나서야 정지했다.

세컨드 퍼팅은 당연히 오르막.

이때 골퍼의 마음엔 "아무리 그린스피드가 빨라도 짧게 치며 홀에 모자른건
싫다.

이럴때일수록 과감히 치자"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컨드 퍼팅은 홀을 다시 2m 지났고 그 2m가 다시 내리막을 타고
홀을 1m 오버했다.

그 1m를 미스하자 순식간에 5퍼팅. 그홀의 그린스피드가 유독 빨랐던 것은
사실.

그렇더라도 "모든 퍼팅을넣겠다"는 자세는 욕심이 분석을 앞질렀던 셈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던 첫퍼팅" 은 다른 홀과는 크게 다른 스피드를
의미하는데 골퍼는 그걸 인정하기 보다 매번 "이번만은..." 식으로 벼르며
분석없이 친다.

<> Q는 그날 자신의 퍼팅컨디션을 감안해서 겸손하게 쳤다.

반면 5퍼팅에는 "자존심"만이 존재했다.

퍼팅이 거듭될수록 머리에 열이나며 그린 스피드에 대해 부주의했던 것.
조심의 반대가 바로 부주의아닌가.

샷도 겸손해야 하지만 퍼팅도 겸손해야 그 보답을 주는 모양이다.

"언제나 넣겠다"보다는 "그래, 붙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다"는 태도가
아마추어용 조언일지 모른다.

< 김흥구 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