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악역 맡은 '숏 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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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 10,000 포인트 돌파는 과연 거품이었나.
뉴욕 증시가 연일 횡보를 거듭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월가 사람들을 더욱 좌불안석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다우지수 10,000
포인트 "반짝 돌파"의 주역이었던 첨단기술주들이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속락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장세를 주도해 온 주식들이 한결같이 힘을 잃음에 따라 "드디어
주가의 대조정이 시작됐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며칠 전 이런 비관론자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증시의 염라대왕"으로 불리는 공매 전문 투자가들 사이에 첨단주들이 주된
사냥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 주식의 맏형 격인 아메리칸 온 라인의 공매 규모가 최근 한달동안
2배이상 증가한 것을 비롯해 루슨트 테크놀러지 IBM 컴팩 보다폰 등 첨단
우량주들이 공매꾼들의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프로 투자자들 사이에 "숏셀링(short-selling)"으로 불리는 공매 대상으로
점 찍히고 나면 온전히 살아남는 주식은 거의 없다는 게 월가의 경험칙이다.
1920년대 월가를 주름잡았던 조셉 케네디(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친)를
원조로 하는 숏셀링의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특정회사의 주가가 실세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치자.
그러면 공매 투자자는 이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주식을 빌려 팔아
치운다.
그리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주식을 사 현물로 갚는다.
간단하게 차익을 챙기게 된다.
조셉 케네디는 이렇게 숏셀링으로 벌어들인 돈을 주류 밀수사업 등으로
불려 케네디가를 미국 최고의 명문가로 만드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숏셀링을 전문으로 하는 "공매꾼(short-seller)"이 월가에서 주목받는
"유망 직업"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단기간에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했거나, 기업의 실적에 비해 주가가 높은
주식은 어김없이 숏셀러들의 표적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96년 월가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다이애나 코퍼레이션
이다.
이 회사는 인터넷 서비스에 필수적인 스위치 장비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16달러이던 주가가 1백달러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다이애나사의 발표가 과장됐다는 "감"을 잡은 마누엘 아센시오 등
월가의 유명 숏셀러들이 공매 표적으로 삼았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단숨에 한자리수로 떨어졌고 끝내 상장폐지되는 비운을 맞았다.
숏셀러들은 이런 자신들에 대해 "실제보다 과대포장된 허세주식들을
솎아냄으로써 증시의 건전한 질서를 유지시키는 일등 공신"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실제로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난 센던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등의 혐의를
가장 먼저 짚어낸 사람들이 바로 숏셀러였다.
최근 공매규모가 부쩍 늘어난 일부 첨단주들의 경우 주가조작 혐의는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숏셀러들이 지나친 단기급등에 제동을 걺으로써 증시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뉴욕 증시가 벌써 몇년째 계속되고 있는 "거품 시비"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다져가며 상승곡선을 그려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숏셀러들의 "악역"이
적지않은 몫을 해내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6일자 ).
뉴욕 증시가 연일 횡보를 거듭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월가 사람들을 더욱 좌불안석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다우지수 10,000
포인트 "반짝 돌파"의 주역이었던 첨단기술주들이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속락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장세를 주도해 온 주식들이 한결같이 힘을 잃음에 따라 "드디어
주가의 대조정이 시작됐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며칠 전 이런 비관론자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증시의 염라대왕"으로 불리는 공매 전문 투자가들 사이에 첨단주들이 주된
사냥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 주식의 맏형 격인 아메리칸 온 라인의 공매 규모가 최근 한달동안
2배이상 증가한 것을 비롯해 루슨트 테크놀러지 IBM 컴팩 보다폰 등 첨단
우량주들이 공매꾼들의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프로 투자자들 사이에 "숏셀링(short-selling)"으로 불리는 공매 대상으로
점 찍히고 나면 온전히 살아남는 주식은 거의 없다는 게 월가의 경험칙이다.
1920년대 월가를 주름잡았던 조셉 케네디(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친)를
원조로 하는 숏셀링의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특정회사의 주가가 실세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치자.
그러면 공매 투자자는 이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주식을 빌려 팔아
치운다.
그리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주식을 사 현물로 갚는다.
간단하게 차익을 챙기게 된다.
조셉 케네디는 이렇게 숏셀링으로 벌어들인 돈을 주류 밀수사업 등으로
불려 케네디가를 미국 최고의 명문가로 만드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숏셀링을 전문으로 하는 "공매꾼(short-seller)"이 월가에서 주목받는
"유망 직업"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단기간에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했거나, 기업의 실적에 비해 주가가 높은
주식은 어김없이 숏셀러들의 표적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96년 월가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다이애나 코퍼레이션
이다.
이 회사는 인터넷 서비스에 필수적인 스위치 장비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16달러이던 주가가 1백달러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다이애나사의 발표가 과장됐다는 "감"을 잡은 마누엘 아센시오 등
월가의 유명 숏셀러들이 공매 표적으로 삼았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단숨에 한자리수로 떨어졌고 끝내 상장폐지되는 비운을 맞았다.
숏셀러들은 이런 자신들에 대해 "실제보다 과대포장된 허세주식들을
솎아냄으로써 증시의 건전한 질서를 유지시키는 일등 공신"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실제로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난 센던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등의 혐의를
가장 먼저 짚어낸 사람들이 바로 숏셀러였다.
최근 공매규모가 부쩍 늘어난 일부 첨단주들의 경우 주가조작 혐의는 없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숏셀러들이 지나친 단기급등에 제동을 걺으로써 증시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뉴욕 증시가 벌써 몇년째 계속되고 있는 "거품 시비"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다져가며 상승곡선을 그려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숏셀러들의 "악역"이
적지않은 몫을 해내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