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들이 남은 직원들의 격무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직무 재설계"에 나서는등 제2의 경영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근무패턴을 분석해 불요불급한 일은 아예 폐지해버리는 등 인력조정에
걸맞는 근무환경을 갖춘다는게 목표다.

홍콩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일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들이 이제 직원들의
근로부담을 덜어주고 의욕을 높일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일부
선진 기업은 직무재설계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직무재설계는 근로 시간을 조정하고, 직원간 업무 분담을 다시 배분하는
외에도 중요도가 낮은 일은 외주를 주는 등 직무전반을 재조정하는 일.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고객센터 직원 1천1백명의 근무패턴을
전면 재조정했다.

전 직원이 동일한 시간에 나와 일을 하던 기존 업무방식에서 탈피해 요일별
팀을 편성해 일하도록 했다.

업무가 없는 직원들은 교육 견학 등 비교적 부담이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또 회사내 서류업무를 과감히 줄여 중간관리자들의 업무부담을 줄였다.

BOA의 근무패턴 조정작업을 맡았던 컨설팅업체 WFD관계자는 "지난해 20%의
직원을 해고한 후 작업방식 전환이 필요해졌다"며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직원들의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국 휴렛패커드(HP)는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을 30개의 "재충전 팀"으로
조직, 각 팀별로 "휴양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각 팀은 2~3개월 단위로 3~4일동안 휴양지에서 교육 겸 휴가를 즐길수 있다.

또 "주말 업무 조"를 편성해 다른 직원들이 토요일과 일요일 마음껏 쉬도록
했다.

HP 인사관리부의 제리 캐스만은 "직원들을 근무 압력으로부터 해방시켜
동일한 인력으로 고객서비스 질을 높일수 있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투시는 직원들의 고객사 파견업무 행태를 혁신했다.

이 회사 컨설턴트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고객사에서 상주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 휴식을 위해 가정으로 돌아오는데 불편함이 많았다.

이 회사는 이를 감안,금요일에는 집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컨설팅 업체인 언스트&영의 컨설턴트 제프 캘벨로는 "직원들은 일반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작업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지 못한다"며 "그들의
불만을 미리 듣고 이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어떠한 구조조정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