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처벌의 경제적 측면 ]

김정호 < 경제학 박사 >

법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책임있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혔으면 상응하는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그렇게 되면 자기 때문에 남이 입는 피해를 마치 자신이 입는 피해와
마찬가지로 여기게 될 것이다.

이것이 민사상 해결방법이다.

그런데 민사 절차에 의한 해결이 가능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할
의사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타인에게 아무리 많은 피해를 주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를 제소하지 않거나
그럴 능력이 없다면 민사 방식에 의한 문제 해결은 불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국가가 직접 피해자 대신 가해자를 고소하고 벌을 줄 필요성이
있다.

그것을 형사절차라고 부른다.

형사절차가 필요한 몇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자.첫째는 가해자가 손해를
배상할 능력이 없을 경우다.

만약 가해자의 배상능력이 소송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피해자로서는
가해자를 고소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제3자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나서 가해자를 제소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폭력과 관련돼 있다.

폭력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람이라면 바로 그 폭력을 사용해 피해자가
고소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때도 경찰력을 가진 국가가 나서 가해자를 색출하고 제소할 필요성이
생긴다.

셋째는 가해자가 숨어버릴 가능성이다.

절도나 사기 등으로 남에게 피해를 준 사람이라면 피해자 본인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가해자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에서야 비로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나서 가해자를 찾아내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숨은 가해자를 찾는 데도 규모의 경제는 있을 것이고 국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형사절차가 필요한 몇가지 이유들이다.

< 자유기업센터 법경제실장 www.cfe.or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