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세계 처음으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2백56메가
D램의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일본 NEC보다 양산시기가 6개월이상 빨랐다.

반도체 기술에서 6개월은 원가를 15%이상 줄일 수 있는 "긴 세월".

지난 92년 당시 세계 처음으로 64메가 D램을 개발할때만 하더라도 하루
이틀을 다퉜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이제 삼성은 기술경쟁에서 경쟁상대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하고 있다.

삼성이 D램 용량 개발 경쟁에서 저멀리 앞서 달리고 있다면 현대전자는
앞으로 전개될 고속제품 개발 경쟁에서 세계 선두에 나설 후보주자다.

현대전자와 합병하기로 예정된 LG반도체는 지난해 7월 세계 처음으로
차세대 고속 D램인 램버스 D램을 개발했다.

LG반도체는 올들어 72메가 램버스 D램을 미국의 주요 컴퓨터업체들에
보내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현대는 LG반도체를 합병할 경우 램버스 D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려 고속 D램 시장을 장악한다는 복안을 마련해 놓고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이자 21세기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갈 쌍두마차이다.

삼성전자는 대용량 경쟁시장을, 현대전자는 초고속 D램 시장을 주도할
것이 확실하다.

이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은 시장 점유율에서도 읽을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IDC가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삼성과 현대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점유율도 크게 앞섰다.

삼성이 20.1%, 현대가 12.4%이나 LG반도체와 합치면 20.8%로 높아진다.

삼성 현대의 뒤를 잇는 3위는 지난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인수했던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4위는 삼성전자와 D램 개발경쟁을 벌였던 일본의 NEC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9.2% 9.1%.

삼성전자 현대전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삼성과 현대는 시장 점유율에 걸맞은 대우를 이미 해외 무대에서 받고있다.

삼성은 올해초 인텔로부터 1억달러를 투자받았다.

차세대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이었다.

인텔은 세계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있는 업체.

차세대 컴퓨터 시장을 개척해 나가기위해 메모리시장을 주도하고있는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이다.

말하자면 메모리 업계 "보스"와 마이크로 프로세서 업계 "보스"간에
제휴가 이뤄진 셈이다.

삼성은 이에앞서 지난 97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때도 인텔의 자본을 끌여들였다.

현대전자는 뒤늦게 반도체사업에 참여한 관계로 아직까지 삼성만큼은
주목 받지 못하고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해외무대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

현대는 지난해말 특허침해 혐의로 NEC로부터 피소되자 맞소송을 제기,
승소 판정을 받아 세계 반도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2진그룹에 들었던 현대전자가 선두그룹을 달리던
NEC와 맞싸움을 벌여 이기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대는 이 사건으로 NEC와 보유중인 특허를 서로 조건없이 사용한다는
합의까지 이끌어내 사용가능기술을 크게 넓히는 효과도 얻었다.

물론 삼성과 현대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이견도 있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을 두고 외환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경쟁력이 생긴 우리업체들이 물량 공세로
나오자 경쟁사들이 원가이하로 생산할수 없어 할수 없이 공장문을 닫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배경이야 어떻든 지난 1년동안에 문제됐던 공급과잉이 어느정도
해소됐고 이 과정에서 국내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또 2백56메가 D램에 이어 1기가 D램등 차세대 기술경쟁에서 앞서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한 우리 업체들이 선두를 유지할
것이 틀림없다.

다만 외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낙후된 장비업체와 부품업체들이 문제다.

이들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한 반도체업체들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

최근 세계반도체산업협의회는 기후온난화물질로 지정된 불소화합물(PFC)사
용량을 오는 2010년까지 지난 95년(한국은 97년)기준 10% 감축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PFC를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비를 사용해야한다.

그러나 국내 장비업체들의 기술력이 달려 새로운 장비를 과연 개발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장비업계와 부품업계의 기술력이
동시에 발전해야한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