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은 지금까지의 "가깝고도 먼 한.일관계"에서 "가깝고도 친근한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오부치 총리의 이번 방한은 무슨 특별한 현안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지난해
김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양국 정상들이
대북 정책에 있어서의 공조와 IMF체제 하에서의 경제협력, 그리고 21세기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구체적 조치 등에 합의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오부치 총리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의 대북 포용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것은 지난해 8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채택됐던 일본의
대북 강경정책이 "대화"와 "억지" 정책으로 선회했음을 입증한 것으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야 비로소 일본의 대 한반도
정책방향이 올바른 궤도에 진입했음을 말해 준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일
양국은 김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일치된 대북관을 토대로
앞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경수로 분담금, 대북 식량지원, 관계정상화
문제 등을 풀어 나가는데 있어 보다 확고한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경제분야에서도 몇가지 가시적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공동성명과는 별도로 발표된 "경제협력 의제 21"은 21세기 양국간 경협의
틀을 설정한 일종의 "신사협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협정은
양국 경제협력을 제도적 차원으로 한단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라고
본다. 5개의 중점협력분야중 특히 한.일투자협정의 연내 체결을 추진하고
이중과세 방지협약도 조기 발효시키기로 했다고 하니 이를 계기로 양국의
경협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이 하루빨리 제거됐으면 한다.

새정부 출범이후 일본은 대한관계에서 많은 숙제들을 단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었다. 한.일 어업협정의 타결을 비롯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우리측의
문호 개방, 언제든 문이 열려 있는 일왕의 방한 등은 모두 한국측의 일방적
이다시피한 양보로 얻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일본은 그동안 우리의 중요한 경협파트너로서 한국에 많은 도움을
준게 사실이다. IMF 사태에 따른 환란을 극복하는데도 일본의 도움이 컸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양국관계가 완전한 동반자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무역역조현상의 시정 등 특히 경협분야에서 더욱 가시적
인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우리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다 일본경제 역시 오랜
침체를 벗어나고 있어 양국은 경협을 적극화할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양국은 이 기회를 살려 21세기 동반자관계 구축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
인 조치들을 착실하게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