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산업의 재편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자동차부문이다.

현대 대우 기아 등 국내 완성차메이커들은 최근 협력업체망 재편
작업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소싱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완성차메이커의 이같은 방침은 다국적 부품메이커들의 잇단 국내
진출과 맞물려 자동차부품 업계의 구조재편을 가속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부품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연초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신년하례회에 참석, 부품조달 방식을 글로벌소싱 체제로
바꿀 것임을 예고했다.

정 회장은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업체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보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부품을 조달하는 글로벌 소싱에 나서고
있다"며 "자국주의 원칙이 많이 남아있는 국내 부품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존 협력업체가 원가나 품질을 맞추지 못하면 협력 관계를
끊고 외국업체로 구매선을 돌리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현대는 이미 시트부문을 글로벌소싱 체제로 전환했다.

울산 시트공장을 세계 최대 인테리어부품 메이커인 리어사로 넘기고
이 회사로부터 시트를 공급받기로 한 것.또 최대 협력업체인 만도기계도
곧 외국 부품전문업체와 M&A협상을 벌이고 있어 해당 부품도 글로벌
소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 글로벌소싱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시트의 예에서 보듯 원가절감과
품질향상을 동시에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의 모듈화를 이뤄 원가가 크게 절감되는데다 선진 업체의 품질관리
노하우로 품질이 단숨에 급격히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오랜 기간 추진해야 달성할 수 있는 원가와 품질
목표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델파이 비스티온 발레오 ITT ZF 등이 이런 국내 완성차 업체의 구매전략
변화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한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내 부품수요가 만만치않은데다 부품업체의 생산기술도
괜찮아 한국을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삼는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이충구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장은 "해외 부품 메이커들은 이미
4백만대 체제를 갖춘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1백만대 체제도 갖추지못해
기술력뿐만아니라 원가 측면에서도 아예 경쟁이 안된다"고 말했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부품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기존의
협력업체들은 경쟁입찰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내 부품업체들도 동종품목간 통폐합등을 통해 규모의 대형화를
이루지않으면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대의 또다른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부품업체들은 지금은
단품만 생산하고 있지만 대부분 종합부품 메이커여서 생산품목을
확대할 것이라며 거의 모든 부품이 경쟁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사소한 부품까지 글로벌소싱으로 전환돼 국내 업체들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지게 된다.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완성차업체들의 글로벌소싱에 대비, 다국적 부품업체와
경쟁할수 있는 전략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외국업체와 자본제휴하거나 동종업체끼리 합종연횡하는 식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은 대성전기가 세계 최대 부품메이커인
델파이에 45%의 지분을 내주는 합작을 단행하는등 외국사와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삼부정공 동환산업 대기산업 두레에어메탈 등이 자회사를 흡수하고
서울차체 창원기화기 등이 관계사 합병을 적극 검토하는 등 규모의
경제 실현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경영주들이 경영권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동종 부품업체간 합병이
본격화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게 부품업체 대형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