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출신인 정대근 전농협감사가 전북 전주출신인 소구영후보를
제치고 제18대 농협회장에 당선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개표전까지만 해도 현 정부와 가까운 전주출신의 소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개표결과 정후보의 압도적 승리로 판가름났기 때문
이다.

우선 현재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협동조합개혁에 대한 조합장들의 반발표가
정 후보쪽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측이 정견발표에서 농민조합원과 회원농협 중심의 개혁을 주창한
것이 설득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특히 정 후보가 정부의 농협개혁방안중 현실에 맞지 않은 사안을 면밀히
검토, 개선하겠다는 대목이 조합장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지적이다.

또 조합장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조합장간선제 도입에
대해서도 조합원총의에 따라 직선제와 간선제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국 단위조합에 대해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가 진행되면서 조합장들의
반발심이 경남출신의 정 후보로 쏠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본인은 근거없는 얘기라고 부인하지만 전주출신 소 후보가 국민회의의
고위인사와 연계됐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검찰수사반발=소 후보거부"라는
등식이 유권자의 표심에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 후보가 지난해 농협감사로 선출되기전에 삼랑진조합장에
여덟번이나 당선돼 현장농정에 밝은 점도 유권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장경험이 이날 정견 발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최근 검찰수사와
정부주도개혁으로 억눌린 조합장의 마음에 호소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원철희 전농협회장의 자진사임으로 새 농협회장을
뽑는다는 단순한 의미외에 농민의 여론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합장들의 여론을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영남과 호남표가 명확히 갈려 망국적인 지역주의의
병폐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