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화가 바뀐다] (하) '연대의식 약화'..믿을건 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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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아서는 노동운동하기 정말 힙듭니다. 조합원들은 노조에 무언가
해주기를 기대하면서도 노조활동은 외면하고있습니다. 그러니 단체협약이나
임금교섭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경기도 부천 D사 노조위원장은 최근 노동조합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조합원간에 결속력이 약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집회때 조합원들이 잘 모이지 않아 애태우는 조합도 많다.
과거와 같은 연대의식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조합원의 연대의식이 약해진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산업구조가 중후장대형에서 경박단소형으로 바뀐점을 꼽을 수 있다.
반도체나 컴퓨터 등 첨단산업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특히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이 기업문화의 주역이 됐다.
이들은 형식보다는 실질을, 획일보다는 개성을 중시한다.
자유분방한만큼 연대의식이 약하다.
집단주의 보다는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신세대들은 노동운동을 통한 복지증진
에 그리 관심이 없다.
오히려 개인의 자질향상을 통해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싶어한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경우 미련없이 전직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노조가 반대하는 연봉제에 대한 각종 조사에서 젊은층의 찬성비율이 높은
것도 이같은 경향을 반영하고있다.
전문직 종사자들 역시 마찬가지.능력만큼 받는다는 이들은 노조활동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에 노조가 협조하면서 노조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커졌다.
모난 행동을 하면 해고순위 1순위라는 공포감도 노조활동을 억누르는
요인이 됐다.
지난 2월 금속연맹주도의 시한부 파업에 상당수의 조합원이 불참한 것도
이같은 사업장내의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노조조직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도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노조조직률은 지난 89년 19%로 정점을 이루었다.
그후 꾸준히 하락, 지난 97년 11.2%로 떨어졌다.
98년 말에는 1%포인트 가량 더 줄어들었다.
이미 한자리수 노조조직률 시대에 접어든 것.
이 때문에 노조관계자들은 조직보전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하고있다.
과거 노조는 사용자측과 대등한 관계에서 교섭을 했다.
간혹 전략상 무리한 요구도 했다.
선명성 경쟁때문에 나온 이런 요구도 조합원의 지지를 받았고 이 때문에
사측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 노조지도자들도 대부분 회사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노총이 노조지도자와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자료를 보면 노조지도자들도 대부분 회사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임금인상을
자제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원감축을 최소화할 경우 임금동결을 수용할수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58.1%였다.
반면 반드시 임금인상이 되어야한다는 응답은 4.9%에 불과했다.
조합원들도 비슷한 의식을 나타냈다.
정리해고를 동반한 구조조정을 인정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았고, 회사와 의견이 맞지않을 경우에도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64.5%나 됐다.
노조의 이같은 인식변화와 연대의식의 쇠퇴는 교섭방식에서 뚜렷히 반영되고
있다.
임금을 포기하고 고용안정과 경영참여, 그리고 성과급 등을 얻어내는 소위
"양보교섭"이 확산되고 있다.
경북 구미의 한국전기초자(주)는 올해 임금협약을 단 한차례 협상에서
끝냈다.
지난 97년 장기 분규를 겪었던 이 회사는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조와
임금동결을 원하는 사측의 이해관계가 쉽게 맞아떨어진 경우다.
이 회사 김철수 노조위원장은 "쟁의이후 후유증으로 회사도 근로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임금인상은 2000년이후로 미뤘다"고
말했다.
이 회사 노사는 고용안정을 합의하는대신 휴가일수를 줄이고 노조가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기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1백인이상 5천97개 업장중 올해 임금협약을 맺은
기업들은 1백80여개.
이들의 평균협약임금 인상률은 -1.3%로 작년 같은 기간의 -0.3%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임금삭감과 고용안정을 맞바꾸는 경향을 반영하고있다.
과거의 노동운동은 이제 설자리를 잃었다.
조합원의 의식에따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유연한 노조만이 생존할 수
있다.
단국대 김태기 교수는 "우리나라 노조는 그동안 공급자위주의 서비스를
해왔다"며 "조직운동가들이 다양한 성향의 조합원들에게 맞는 사고를 갖고
그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
해주기를 기대하면서도 노조활동은 외면하고있습니다. 그러니 단체협약이나
임금교섭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경기도 부천 D사 노조위원장은 최근 노동조합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조합원간에 결속력이 약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집회때 조합원들이 잘 모이지 않아 애태우는 조합도 많다.
과거와 같은 연대의식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조합원의 연대의식이 약해진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산업구조가 중후장대형에서 경박단소형으로 바뀐점을 꼽을 수 있다.
반도체나 컴퓨터 등 첨단산업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특히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이 기업문화의 주역이 됐다.
이들은 형식보다는 실질을, 획일보다는 개성을 중시한다.
자유분방한만큼 연대의식이 약하다.
집단주의 보다는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신세대들은 노동운동을 통한 복지증진
에 그리 관심이 없다.
오히려 개인의 자질향상을 통해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싶어한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경우 미련없이 전직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노조가 반대하는 연봉제에 대한 각종 조사에서 젊은층의 찬성비율이 높은
것도 이같은 경향을 반영하고있다.
전문직 종사자들 역시 마찬가지.능력만큼 받는다는 이들은 노조활동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에 노조가 협조하면서 노조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커졌다.
모난 행동을 하면 해고순위 1순위라는 공포감도 노조활동을 억누르는
요인이 됐다.
지난 2월 금속연맹주도의 시한부 파업에 상당수의 조합원이 불참한 것도
이같은 사업장내의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노조조직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도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노조조직률은 지난 89년 19%로 정점을 이루었다.
그후 꾸준히 하락, 지난 97년 11.2%로 떨어졌다.
98년 말에는 1%포인트 가량 더 줄어들었다.
이미 한자리수 노조조직률 시대에 접어든 것.
이 때문에 노조관계자들은 조직보전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하고있다.
과거 노조는 사용자측과 대등한 관계에서 교섭을 했다.
간혹 전략상 무리한 요구도 했다.
선명성 경쟁때문에 나온 이런 요구도 조합원의 지지를 받았고 이 때문에
사측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 노조지도자들도 대부분 회사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노총이 노조지도자와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자료를 보면 노조지도자들도 대부분 회사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임금인상을
자제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원감축을 최소화할 경우 임금동결을 수용할수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58.1%였다.
반면 반드시 임금인상이 되어야한다는 응답은 4.9%에 불과했다.
조합원들도 비슷한 의식을 나타냈다.
정리해고를 동반한 구조조정을 인정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았고, 회사와 의견이 맞지않을 경우에도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64.5%나 됐다.
노조의 이같은 인식변화와 연대의식의 쇠퇴는 교섭방식에서 뚜렷히 반영되고
있다.
임금을 포기하고 고용안정과 경영참여, 그리고 성과급 등을 얻어내는 소위
"양보교섭"이 확산되고 있다.
경북 구미의 한국전기초자(주)는 올해 임금협약을 단 한차례 협상에서
끝냈다.
지난 97년 장기 분규를 겪었던 이 회사는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조와
임금동결을 원하는 사측의 이해관계가 쉽게 맞아떨어진 경우다.
이 회사 김철수 노조위원장은 "쟁의이후 후유증으로 회사도 근로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임금인상은 2000년이후로 미뤘다"고
말했다.
이 회사 노사는 고용안정을 합의하는대신 휴가일수를 줄이고 노조가 생산성
향상에 앞장서기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1백인이상 5천97개 업장중 올해 임금협약을 맺은
기업들은 1백80여개.
이들의 평균협약임금 인상률은 -1.3%로 작년 같은 기간의 -0.3%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임금삭감과 고용안정을 맞바꾸는 경향을 반영하고있다.
과거의 노동운동은 이제 설자리를 잃었다.
조합원의 의식에따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유연한 노조만이 생존할 수
있다.
단국대 김태기 교수는 "우리나라 노조는 그동안 공급자위주의 서비스를
해왔다"며 "조직운동가들이 다양한 성향의 조합원들에게 맞는 사고를 갖고
그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