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페이퍼컴퍼니 및 현지법인 등과의 삼각무역을 통해 5억8천만달러의 불
법외환거래를 해오면서 3억3백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린 사상 최대규모의 외환
밀반출 사범이 적발됐다.

서울지검 외사부(강충식부장검사)는 17일 컴퓨터 부품업체인 (주)뉴맥스 전
무 신홍규(54), 전 태일정밀 이사 오재현(46), 장규현(51)씨에 대해 외국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중국으로 도피한 태일정밀 대표 정강환(54)씨와 상무 정태영(48)씨를 같
은 혐의로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5년부터 97년 10월까지 중국현지법인인 쌍태전
자실업과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인 원라이프, 미국의 GIGAMAX사와 삼각무역거
래 방식으로 마그네틱 헤드 등 컴퓨터 부품을 수출입하면서 부품가격을 과다
계상하는 등의 수법으로 3억달러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다.

조사 결과 이들은 수출한 부품을 겉포장과 제품명만 바꿔 역수입하면서 수
출대금은 받지 않고 수입대금은 지출하는 식으로 외화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
났다.

또 이 과정에서 외국환은행의 승인없이 지급 영수하는 등 총 5억8천만달러
의 불법외환거래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금융기관은 외환은행 등 국내외 시중은행을 포
함, 모두 54개인 것으로 밝혀져 금융기관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태일정밀은 컴팩트디스크플레이어 헤드, 모니터 등 컴퓨터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중국 하얼빈에 현지공장을 운영중이며 지난 95년 1억달러의 수출실적
을 올려 유망벤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97년 10월 1조3천억원의 부채를 안고 부도를 냈다가 98년 9월
수원지법으로부터 화의인가를 받았다.

검찰은 부채중의 상당액수가 이번 불법거래와 관련, 수출신용장 매입과정에
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태일정밀측은 "검찰과 세관이 밝힌 외화밀반출 혐의는 사실과 다르며
가공무역 등으로 조성한 자금은 전액 중국공장 증설용으로 투자됐다"고 말했
다. 대전=남궁 덕기자 nkduk@ 이심기 기자 sglee@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