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4월.

미국 메사추세스주 홉킨튼시에 있는 EMC 본사 임원회의에서는 쇼킹한 광경이
벌어졌다.

이날 회장에 취임한 마이클 루커스가 첫 임원회의 석상에서 멀미용
위생주머니를 임원들에게 던져 버린 것.

루커스 신임회장은 "이 회사의 제품를 보고 있자면 멀미날 지경"이라며
임원들과의 첫 대면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후.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3월15일자)는 대형 데이터 저장장치를
만드는 이 회사를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업체로 선정, 그 성공전략을
소개했다.

비즈니스위크가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아마존, 아메리카온라인(AOL),
화이자, 찰스 슈왑 등 그야말로 스타급 업체들을 제치고 무명의 EMC를 1위로
올려놓은 이유는 간단하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와 가능성 있는 아이템, 높은 투자수익률,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진 초우량 기업이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10년간 이 회사의 매출과 수익은 각각 1천3백%와 3천3백%나
늘어났다.

올해는 53억달러의 매출과 10억달러의 순익을 기대하고 있다.

마진률은 20%를 육박한다.

주가는 말 그대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0년전보다 무려 3만6천1백96%가 올랐다.

델 컴퓨터에 이어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이다.

특히 작년엔 주가가 1백67%나 뛰어올랐다.

델이나 MS, 인텔 등을 제치고 상장기업 1위였다.

이처럼 투자자들조차 놀랄 정도의 성장세가 가능했던 것은 데이터 저장장치
라는 생소한 아이템을 일찍부터 집중공략한 경영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었다.

컴퓨터 사용자가 늘면 데이터를 저장할 하드웨어 장치의 수요도 늘어난다.

특히 90년대초부터 인터넷 사용이 확산되면서 처리 데이터양도 급증, 저장
장치의 수요는 매년 80%이상씩 늘고 있다.

시장규모는 작년 1백억달러에서 2001년까지 3백5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EMC는 현재 이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다.

한번 이름을 들었음직한 기업들은 모두 EMC고객이다.

시티그룹, 보잉, 아마존, AT&T 등.

고객명단엔 세계 20대 통신회사들과 메이저 항공사의 90%, 미국내 25대
대형은행들 이름이 모두 올라있다.

이같은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사람이 바로 마이클 루커스 현 회장이다.

임원들과의 첫대면에서 멀미주머니를 던진 것은 그의 경영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일면이다.

이런 그가 이끄는 EMC의 문화는 분명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다.

캐주얼차림과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특징인 실리콘밸리의 여느 정보통신업체
들과는 달리 작업복차림과 상명하복식의 전통적 기업문화를 고집하고 있다.

경영자의 카르스마로 조직을 재빠르게 장악, 일사분란하게 시장의 움직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한다는게 루커스식 경영스타일의 핵심이다.

1년에 6백여명의 고객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는 루커스 회장은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21세기엔 MS, 인텔, 시스코와 함께 정보통신업계 리더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아래 2001년까지 3년간 10억달러를 소프트웨어 개발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밀로노비치는 "독특한 기업문화와 연구개발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 시장의 급팽창 등이 EMC의 성장가능성을 보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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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데이터 저장(Storage)장치 =컴퓨터에서 처리되는 각종 정보를
저장했다가 다시 검색할 수 있게 만드는게 데이터 저장장치의 역할이다.

반도체 칩과 수십-수백개씩의 디스크가 직병렬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페키지를 말한다.

EMC는 줄곧 대형 데이터 저장장치를 만들어왔는데 보통 캐비넷만한 크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