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CEO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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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최대의 "금융 제국"인 시티 그룹이 최근 미국 증권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연례 회계보고서가 요즘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다.
시티의 공동 회장을 맡고 있는 존 리드와 샌포드 웨일이 지난해 거액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드와 웨일은 스톡옵션을 포함해 각각 2천6백40만달러
(약3백25억원)와 2천7백20만달러(약3백35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수백만~수천만달러 대의 연봉을 챙기는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시티그룹의 지난해 경영실적이 크게 부진했는 데도 이런 거액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시티그룹은 작년 4.4분기 중 이익이 27%나 줄었고 작년 연간전체론 순익이
15억달러나 감소했다.
이같은 경영부진으로 지난해 수천명의 일자리를 없애기도 했다.
시티그룹은 이런 저간의 상황에 제 발이 저렸는지 주주들과 언론기관에
향후 경영비전을 설명하는 특별자료를 돌리기도 했다.
5년안에 영업이익을 2배이상으로 늘리고 주가수익률도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시티의 경영진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론들로부터 조소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진보 매체인 뉴욕 타임스는 두 공동 회장의 연봉 합계가 5천만달러
를 넘는 것을 빗대 "월가에서 연봉 1천만달러면 최고수준의 경영자들을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다"며 "시티그룹의 두 회장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5명분의 수입을 집어 삼킨 셈"이라고 비꼬았다.
또 "그나마 두 사람만 돈벼락을 뒤집어썼기에 망정이지 돈 잔치를
조금이라도 더 벌렸더라면 시티그룹은 파산신청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타임스는 시티 그룹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기업들의 고질적인
소득 양극화 현상을 꼬집었다.
일반 공장 근로자들의 봉급 인상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데도 최고
경영자들의 연봉은 매년 토끼 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90년부터 97년까지의 사이에 공장 근로자들의 급여는 평균 22%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최고 경영자들은 무려 2백98%나 더 챙겨갔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최고 경영자와 일반 근로자간의 급여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시티그룹 만이 아니라 코카콜라 콜게이트 GTE 타임워너 등 대부분의 미국
대기업들이 경영실적과 관계없이 총수들에게만은 항상 거액의 연봉을
아낌없이 쥐어주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CEO들의
평균 연봉은 공장 근로자들의 1백5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경영자들의 연봉이 평사원들의 3배 수준에 불과한 일본(노무라연구소
조사 보고서)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이에대한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입장은 당당하고 분명하다.
"CEO(최고 경영자)는 회사의 명운을 걸머진 최전선의 조타수이자 대외적인
얼굴이다. CEO의 사기를 최대한 북돋워줘야 회사 전체의 기도 살아난다."
(타임 워너의 경영 보고서)는 주장이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꽃"은 어디까지나 CEO임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최근 미국계 기업에 팔려 나간 서울증권 등 일부 국내 금융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이 "천문학적 수준"의 연봉으로 화제가 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로 미국 자본을 겨냥한 "외자 유치"에 매달려 있는 국내 업계가 미국식
"CEO 자본주의"를 수용할 태세까지도 돼 있는 지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
연례 회계보고서가 요즘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다.
시티의 공동 회장을 맡고 있는 존 리드와 샌포드 웨일이 지난해 거액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드와 웨일은 스톡옵션을 포함해 각각 2천6백40만달러
(약3백25억원)와 2천7백20만달러(약3백35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수백만~수천만달러 대의 연봉을 챙기는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시티그룹의 지난해 경영실적이 크게 부진했는 데도 이런 거액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시티그룹은 작년 4.4분기 중 이익이 27%나 줄었고 작년 연간전체론 순익이
15억달러나 감소했다.
이같은 경영부진으로 지난해 수천명의 일자리를 없애기도 했다.
시티그룹은 이런 저간의 상황에 제 발이 저렸는지 주주들과 언론기관에
향후 경영비전을 설명하는 특별자료를 돌리기도 했다.
5년안에 영업이익을 2배이상으로 늘리고 주가수익률도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시티의 경영진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론들로부터 조소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진보 매체인 뉴욕 타임스는 두 공동 회장의 연봉 합계가 5천만달러
를 넘는 것을 빗대 "월가에서 연봉 1천만달러면 최고수준의 경영자들을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다"며 "시티그룹의 두 회장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5명분의 수입을 집어 삼킨 셈"이라고 비꼬았다.
또 "그나마 두 사람만 돈벼락을 뒤집어썼기에 망정이지 돈 잔치를
조금이라도 더 벌렸더라면 시티그룹은 파산신청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빈정대기도 했다.
타임스는 시티 그룹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기업들의 고질적인
소득 양극화 현상을 꼬집었다.
일반 공장 근로자들의 봉급 인상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데도 최고
경영자들의 연봉은 매년 토끼 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90년부터 97년까지의 사이에 공장 근로자들의 급여는 평균 22%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최고 경영자들은 무려 2백98%나 더 챙겨갔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최고 경영자와 일반 근로자간의 급여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시티그룹 만이 아니라 코카콜라 콜게이트 GTE 타임워너 등 대부분의 미국
대기업들이 경영실적과 관계없이 총수들에게만은 항상 거액의 연봉을
아낌없이 쥐어주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CEO들의
평균 연봉은 공장 근로자들의 1백5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경영자들의 연봉이 평사원들의 3배 수준에 불과한 일본(노무라연구소
조사 보고서)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이에대한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입장은 당당하고 분명하다.
"CEO(최고 경영자)는 회사의 명운을 걸머진 최전선의 조타수이자 대외적인
얼굴이다. CEO의 사기를 최대한 북돋워줘야 회사 전체의 기도 살아난다."
(타임 워너의 경영 보고서)는 주장이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꽃"은 어디까지나 CEO임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최근 미국계 기업에 팔려 나간 서울증권 등 일부 국내 금융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이 "천문학적 수준"의 연봉으로 화제가 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로 미국 자본을 겨냥한 "외자 유치"에 매달려 있는 국내 업계가 미국식
"CEO 자본주의"를 수용할 태세까지도 돼 있는 지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