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상반기 국내 제조업의 경상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평균 마이너스
0.4%였다.

1천원어치를 팔아 4원을 밑지는 헛장사를 했다는 얘기다.

이에반해 미국기업들의 경상이익률은 8.3%.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매출액 1천원당 83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한국 기업들의 이익률이 이처럼 떨어지는데는 높은 금융비 부담의 탓도
크다.

그러나 제조업의 실력을 가늠하는 품질비용을 들여다 볼때 그 원인은 보다
분명해진다.

국내 제조업체의 품질실패비용은 지난 97년 기준으로 무려 53조원.

1회 공정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못해 두번, 세번씩 재작업을
거치는데 이처럼 많은 돈이 들어간 것이다.

같은해 제조업의 국내 총생산액(GDP)이 1백78조원이었으니 생산액대비
29.7%가 헛되게 쓰인 것이다.

반면 미국 5백대 기업의 품질 실패비용은 우리 기업의 절반 수준인 15%에
불과하다.

제품 불량수준을 "1백만개중 3.4"로까지 줄인다는 "6시그마 경영"의 필요성
은 여기에 있다.

"99%"를 넘어서 "99.99966%"라는 사실상 "불량률 제로"를 지향할때 품질
비용은 극소화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품질 수준은 불량률 백만분의 1천(1천PPM)이면 "잘
하고 있다"는 칭찬을 듣고 있으며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이 1백PPM을 목표로
하는 정도다.

불행중 다행으로 IMF 시대를 맞아 한국기업들도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의 좌표도 "매출 증대"에서 "이익 우선"으로 바뀌었다.

6시그마 경영은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변화 기류에 부합한다.

우선 6시그마 경영은 기업이 최고의 이익,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최적 조건"을 찾아주는 경영 기법이다.

생산현장은 물론 판매와 구매, 관리, 회계 등 기업경영의 모든 부문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통계적 방법으로 접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매뉴얼화"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을 때 품질은 좋아진다.

그러나 6시그마 경영은 비용과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서 고객이 원하는
품질을 제공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에 매력이 있다.

또 세계 최우량 기업을 지향하는 경영 목표이기도 하다.

아시안 게임의 기록을 겨냥해선 세계 신기록이 나올 수 없듯이 6시그마
경영을 도입한 기업의 경영목표는 "세계 최고"다.

한마디로 "잣대를 높이는 경영"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6시그마 경영 철학중 하나는 "종업원 교육"이다.

교육에 투자한 비용은 10배 이상의 성과를 가져다 준다는 신념아래 "최고의
엘리트 직원"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미국 GE가 부하 직원을 교육과정에 참석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17명의
임원을 해고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6시그마 경영은 단순히 기업 이익의 증대만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고객 만족이 최우선 목표다.

기업의 이익 역시 "고객 만족"속에서만 가능하다는 믿음은 6시그마의
제1계명이다.

은행 신용카드를 예로 들어보자.

국내 은행들이 고객이 신청한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기간은 통상 15일
정도다.

그러나 실제로 신용카드 제작업체가 카드를 만드는데 드는 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이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데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
이다.

효율적인 고객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춘 선진 은행들의 경우 이 기간을
5~7일로 단축했다.

은행은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고 고객은 이왕 신청한 카드를 빨리
발급받을 수 있어 좋은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량율 감소는 곧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들에겐 가격인하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