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급입법 횡포 4,400만달러 날렸다'
소급입법을 제정, 오히려 국내 보험사가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87년 3월 브라질 해안에서 현대상선 소속 화물선
뉴월드호가 수심이 얕은 천소지대에 좌초하면서부터.
이 사건으로 현대상선이 입은 손해는 처녀 출항이었던 뉴월드호의 선박가격
3천3백만달러와 화물 1천1백만달러 등 4천4백만달러.
현대상선은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재보험사인 영국의 로이드사를
통해 손실액을 보상받았다.
그러나 사고원인이 해도의 수심표기 잘못으로 드러나면서 현대해상과
지도제작기관인 미 국방부와의 10년간에 걸친 "소송 전쟁"이 시작됐다.
뉴월드호가 사용한 지도는 미 국방부내 수로국(DMA)이 제작, 전세계 화물선
이 표준해도로 삼는 지도.
그러나 미 정부는 사건 발생 해역의 수심변화를 알지못했던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현대해상은 89년 5월 뉴욕연방법원에 4천4백만달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5년뒤인 94년 9월 미국법원으로부터 승소가 확실하다는 예비판결문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한 달뒤인 같은해 10월 미 의회는 "정부발행 지도의 오기로
인해 발생한 사건에 대해 미국정부에게 책임을 요구할 수 없다"는 법을 제정
통과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단서조항까지 만들어 소송을 현대측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주권면책조항이 담긴 이 법안에 서명했고 95년 6월
뉴욕법원은 이 법을 적용, 현대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의회와 행정부의 "연합작전"으로 패소직전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켜버린 것.
현대해상은 96년 10월 국내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승소하더라도 강제집행방법이 없다는 판단아래 지난해 3월 이 사건을
포기했다.
한국내 미국정부 재산인 대사관을 압류할 경우 자칫 정치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고 세계 최강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유.무형의 압력이
예상된다는게 "10년 소송" 끝에 현대측이 얻은 교훈이었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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