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부친의 묘소를 파헤쳐 유골을 빼돌린 뒤 거액을
요구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울산시 울주구 언양읍 구수리 충골산에 있는 신회장
부친 신진수(73년 작고)씨의 유골이 없어진데 이어 40대 남자가 유골을 반
환하는 댓가로 8억원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걸어와 수사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8시35분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 회장 비서실에 자신을 "울산에 사는 최"라고 밝힌 40대
남자가 전화를 걸어 "회장 부친의 유골을 발굴해 다른 곳에 보관중이다.
묘소를 확인해보라"고 말한뒤 전화를 끊었다.

급히 신 회장의 선산으로 내려간 그룹 관계자들은 충골산 중턱에 있는 무덤
이 2m 깊이로 완전히 파헤쳐져 있고 길이 3m, 너비 1m 크기의 철제관 뚜껑이
절반 가량 떼어지고 관을 둘러싼 목판이 흩어진채 유골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범인은 같은날 오후 4시35분과 4시40분께 신회장 비서실로 다시 전화를 걸어
"묘소를 확인해봤느냐. 경찰과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협박했다.

범인은 또 5일 오전 11시8분과 11시16분께 대전에서 2차례 전화를 걸어
"유골을 돌려줄테니 회사 직원 2명이 승용차 트렁크에 8억원을 넣고 부산에
내려와 돈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협박전화를 건 전라도 말씨의 40대 남자 음성을 녹음한 테이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성문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최소한 2~3명의 공범이 3일밤 분묘를 도굴했을 것으로 보고 신 회장
선산 주변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6일자 ).